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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덕·남편권위(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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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덕·남편권위(1000자 춘추)

입력
1994.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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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남편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업무관계로 회사에 드나드는 사람이 심심풀이로 사주를 봐주었는데 말년에 예술로 이름을 날린다고 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예술과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의 작곡발표회때도 음악을 듣기보다는 음악당 로비에서 기다리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라, 말도 안된다며 웃어넘기려는데 남편의 풀이가 더 재미있다.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음악을 하는 아내덕을 본다는 뜻이라나? 지금까지 작곡활동을 꾸준히 해올 수 있음에는 적지 않은 남편의 참을성이 있었던 바, 그 황당한 사주풀이대로 노년에라도 남편이 내 덕을 본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은 그렇지만은 않은 듯했다. 마치 아내덕을 본다는 것 자체가 남편의 권위에 누가 된다는 듯이….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일반에 대한 편견은 아직도 많은 남성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비교적 페미니스트적 입장을 취해왔던 남성들도 결정적 순간에는 남성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고마는 경우를 여러번 보아왔다. 사회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의 지휘향상 및 사회기여도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 오른 여성들조차 여성이라는 이유가 인신공격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여러 분야에 걸쳐 여성의 활발한 사회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여성은 위대한 남성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더 위대하다는 남성들의 선심성(?) 발언은 이제 듣기조차 거북하다. 가정에서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이 똑같이 중요하듯이 사회에서도 여성과 남성이 균등한 기회를 갖고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하겠다.<임지선 작곡가·제1회 안익태 작곡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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