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초 여야간의 정치개혁입법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고 조문정리만 남겨두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6인 정치특위에서 민자당두뇌역을 맡았던 P의원이 평소 그답지 않게 벌컥 화를 내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어제 저녁까지만해도 동시선거가 있을때 유권자1인당 4백원씩의 국고보조금을 추가지급키로 여야간에 잠정합의했는데 밤새 나도 모르게 6백원으로 올려놓았다』는 주장이었다. 어째거나 당시 여야는 결국 국고보조금을 「담합인상」했고 이에 때맞춰 야당은 막판까지 견지해오던 지정기탁금제 폐지주장을 슬그머니 철회했다. 이를 놓고 특위주변에서는 여야가 국고보조금인상과 지정기탁금제 존속을 맞바꿨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여야당직자들도 『정치협상이란 다 그런 것 아니냐』면서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4개월이 훨씬 지난 23일 여야간에 묘한 신경전이 전개됐다. 우선 민자당의 고위당직자회의. 가뭄·보선·주사파등의 여러 문제를 논의하던 끝에 『대통령이 최근 내년 예산안을 검토하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9백28억원이나 책정된 것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했다더라』는 얘기가 나왔다. 짜내고 짜낸 한해복구예산이 3백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감성적으로」 대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당직자들은 『당시 많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어쨌든 여야합의로 법을 그렇게 만들었으니…』라면서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박범진대변인은 대통령의 생각을 여러모로 헤아린 탓인지 『국고보조금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있으면 그런 여론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 법개정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같은 시각,민주당의 박지원대변인은 『올 상반기중 모두 35건, 1백7억원의 정치자금이 중앙선관위를 통해 전액 민자당에 지정기탁됐다』면서 『오직 국고보조금에만 의존하는 야당의 몫을 줄이려는 노력보다 지정기탁금제부터 폐지하라』고 목청을 돋웠다.
여야는 이처럼 지난 3월의 합의가 마치 남의 일이나 되는 양 희화적인 모습으로 공방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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