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농수로도 물없는 물길로/민관군 안타까운 물찾기 “처연” 하늘에서 내려다 본 영호남의 가뭄현장은 처연했다. 그러나 민·관·군은 그 어느 때보다 한 마음으로 뭉쳐 곳곳에서 재난극복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22일 하오1시 대구 2군사령부에서 육군 UH1H헬기에 동승, 2시간30분동안 둘러본 7월의 산천은 갈증을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 몸부림치고 있었다.
곡창지대도 초록빛 생기를 잃어가고 밭과 야산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붉은 상흔을 드러낸 채 타들어 갔다.
경북지방에서 가뭄피해가 극심한 고령군 일대의 낙동강지천은 물론 농수로마저 말라붙어 검은 물감을 으깨어놓은 듯 물길이 끊겨 있었다.
황토빛으로 바닥을 거의 다 드러낸 저수지들은 파헤쳐 놓은 토목공사현장을 방불케 했다.
가뭄의 상처는 경북에서 경남, 전남으로 갈수록 깊어 보였다. 산과 구릉의 색깔은 검붉다 못해 잿빛으로 변해 갔다. 강의 지류는 거뭇한 뻘흔적만 남긴 채 말라붙어 가늘게 이어졌다. 한 동이의 논물이라도 더 끌어 들이려는 민·관·군의 양수작전이 여기저기서 안타깝게 펼쳐졌다.
장대한 지리산의 연봉과 산자락도 물기가 없어 칙칙한 검버섯색으로 폭염 속에 누워 있었다. 전북 남원·순창, 전남 담양의 들녘에는 거의 모든 저수지가 시뻘건 황토를 드러낸 채 움푹 파였고 지천과 농수로는 아예 말라 긴 황톳길로 이어졌다.
헬기는 농민과 공무원 군장병들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전남 나주군 다도면 방산리 재해극복의 현장에 도착했다.
영산강과 나주호를 낀 나주평야는 아직 초록빛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었으나 언제 가뭄의 불길이 번질지 몰라 모두 걱정하고 있었다.
나주군은 저수지의 드러난 바닥에 「가뭄대책현장 지휘소」를 차렸다.
육군 충장부대 장병들은 포클레인과 삽으로 돌밭을 파헤치며 물길을 찾고 있었다. 나주대대(대대장 송석채중령·39) 장병 3백여명은 포클레인이 돌무더기를 파내 지하수원을 찾아내면 일렬로 늘어서서 삽으로 수로를 만들었다.
수로에 고인 물은 양수기 6대가 릴레이 수송작전으로 퍼올려져 10여에 달하는 호스를 통해 논밭으로 흘러갔다. 이렇게 수맥을 찾느라 지난 1주일동안 파헤쳐진 바위 덩어리가 40여개나 된다.
지난 달 29일부터 비구경을 못한 나주군내 저수지 1백98개중 52개가 바닥을 드러냈다. 손기정 나주군수(52)는 『이달 말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군내 전체 벼논의 17·8%인 2천5백70가 피해를 보고 고추등 밭작물은 재배면적의 72%인 1천7백71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원 동해출신의 정사교일병(22)은 『이곳에 와서 일하면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며 구슬땀을 흘렸다.
장병들은 도의회의장단등이 놓고간 격려금도 현장지휘소에 양수기구입자금에 보태 써달라고 맡겼다.
농민 유명남씨(53·방산리 814)는 『가뭄이 계속되면서 지하수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수맥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러나 온 국민이 염려하고 도와줘 엄청난 재해를 극복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고 말했다.<육군헬기상에서 안재현기자>육군헬기상에서 안재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