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는 세계의 법정이다」 철학자 헤겔의 정의다. 법정에선 오로지 진실을 밝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정의는 역사란 진실의 발굴임을 뒷받침한다. 역사 기술의 조건은 올바른 사관의 확립과 객관적 자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편견이나 선입견 또는 이념의 색깔이 끼여들면 역사는 왜곡된다. ◆이른바 수정주의 사관에 물든 진보적 소장학자들이 우리의 역사기술을 편견으로 채색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들은 우선 상해임시정부를 낮게 평가한다. 지역분파주의 때문에 분열됐고 무장항쟁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약화시키려는 저의가 쉽게 간파된다. ◆반면 독립운동과 항일무력투쟁은 공산주의 계열이 주도했음을 강조한다. 광복군의 존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동북항일연군을 치켜 세운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김일성의 투쟁경력을 확대·과장키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역사의 생명인 진실이나 객관성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6·25는 수정주의 사관의 입장으로 보면 바로 「북침」이다. 그나마 자신이 없으니까 북침설에서 미국의 전쟁유도설까지 둘러댄다. 구체적인 실증도 없는 일종의 정황판단이다. 역사의 6·25는 체험자가 많이 살아있고 공개·비공개의 자료가 허다하다. 러시아가 우리 정부에 넘겨준 자료는 그중의 일부일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6·25남침은 결론이 났다. ◆학문하는 자세에서 금기사항은 독단과 맹신이다. 객관성에 입각한 진실 규명이 아닌 주장이나 이론은 선전·선동에 불과하다. 편견에 사로잡힌 학문은 이미 학문으로서 생명이 끊어진 것이다. 진실의 자료 앞에서 이데올로기의 허상은 무너지고 만다. 역사는 세계의 법정임이 틀림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