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휴무 직장인 알찬 여가보내기/건강·일의욕 높이고 풍요한 삶 “일석삼조” 매주 연휴를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월급도 많이 받으면서 토요일휴무까지 보장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일에 지친 사람들은 제도적으로 연휴를 사용하는 직장인들을 부러워하면서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막상 이처럼 시간이 확보된다 해도 보람차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고 여가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주휴2일제」 실시기업이 점차 늘어나면서 새로운 연휴문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가가 하나의 활동양식이 아니라 생활양식으로 정착돼 가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지금까지 주1회 휴무자들은 늦잠을 자거나 TV앞에 앉아 빈둥거리는게 일반적인 행태였으나 토요휴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주말은 판이하다. 그들의 주말은 보다 적극적이고 계획적이다.
토요휴무직장인들의 연휴사용양태는 기계적으로 분류하기 어렵지만 대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먼저 장거리 여행형이다. 주말연휴자들은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새벽에 떠나 일요일 상오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여행이야말로 짧은 시간에 풍부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고 여행예찬론을 편다.
둘째는 동호회를 통한 취미활동형이다. 토요휴무회사에는 각종 동호회가 활성화돼 있고 회사측이 모임방(방)과 활동비를 제공하는등 동호회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기업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회사에는 등산, 낚시, 수영등 최소한 5∼6개의 동호회가 있다. 한국아이비엠의 경우 밴드, 분재, 사진, 축구, 볼링, 햄(HAM), 서도, 바둑, 테니스등 17개의 취미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셋째는 학구형. 주말여가를 이용, 외국어공부나 독서를 하는데 최근엔 국제화바람으로 외국어 회화의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격주 토요휴무제를 실시하는 한국바이엘화학의 김모씨(35)는 『주중에 영어회화학원에 다니고 주말에는 5시간가량 집에서 예습·복습을 한다』고 말했다.
넷째는 사교형이다. 대부분 핵가족형태로 살아가는 이들은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나 친척집을 방문한다. 한국아이비엠의 방모씨(35)는 『토요일에는 주로 아내, 아들(3)과 함께 부모, 은사등을 찾아 뵙거나 대학친구나 후배들을 만나 술을 마신다』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낼 수 있는 것이 토요휴무에서 얻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미혼자들에게는 주말이 여유있는 데이트시간이 된다.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는 가사형도 있다. 여성근로자들은 대부분 이런 유형이지만 기혼남성들 중에도 집안일을 돕는 경우가 많다.
연휴기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형 연휴문화의 개발과 정착을 위한 정부차원의 행정적 배려나 사회차원의 여건조성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김태기박사는 가족과 함께 하는 토요휴무가 가능해지도록 정부차원에서 선진국처럼 학생들의 토요일수업에 신축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박사는 『주말연휴는 삶의 질과 노동생산성 향상에 동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여가활용방안』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여가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광득해운항만청차장은 구경하는 여가보다 참여하고 활동하는 여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몸을 튼튼히 하면서 일에 대한 의욕을 높이는 것이 건전한 여가활용방안』이라고 말했다.<김광덕기자>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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