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힘 다채롭게 담아내”/1904년∼광복기… 「태백산맥」전사 한국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조정내씨의 대하역사소설 「아리랑」의 일부가 해냄출판사에서 1부 3권으로 출간됐다. 90년 12월부터 한국일보에 연재되기 시작해서 현재 대미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아리랑」은 전체 4부 12권, 2백자 원고지 1만8천장에 이를 예정이다. 「아리랑」은 「임거정」과 역시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장길산」등으로 내려오는 정통역사소설의 맥을 이으면서, 민중의 역사적 움직임을 생동감 있는 언어로 그리고 있다. 1904년부터 광복기까지 민족의 역사를 수난사로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런 투쟁사로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조정래씨는 『4년 남짓한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내 인생에서 「태백산맥」을 쓰던 80년대와 「아리랑」을 쓰던 90년대 전반기 4년은 그 이전 어떤 기간 보다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리랑」은 그의 대표작인 「태백산맥」 전사라고 볼 수 있다. 동학혁명 이후 한일합방, 해방에 이르는 기간에 한반도, 만주, 연해주, 미국등지에 서 살아가는 한민족의 총체적인 역사가 「아리랑」의 무대이다. 작가는 독립운동가이건 일본경찰의 끄나풀이건 당시 한민족의 생활을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바라보려 했다.
문학평론가 권령민씨(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아리랑」에 대해 『전통사회의 붕괴과정에서부터 식민지시대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모순을 총체적으로 파헤치면서도 그 속에 살아있는 민족의 힘을 다채로운 서사적 담론으로 결집시키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제1부 「아! 한반도」는 1904년부터 1910년 경술극치까지를 다룬다. 을사늑약이 체결돼 전국에서 이에 대한 항거가 일어나지만, 조정대신들은 이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전라도 양반 출신인 송수익, 평민인 지삼출, 불교 승려인 공허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왜인들로부터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도 배우지 못한 민초들이 그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가는 모습 속에서 현재 우리의 뿌리를 찾으려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아리랑」을 쓰면서 다양한 독자의 반응을 접할 수 있었다. 일본인들의 만행을 표현한 부분이 너무 잔혹하다는 독자의 전화도 있었고, 특정한 부분의 사료를 제공하겠다는 독자도 있었다. 어떻든 민족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재 초기부터 여러 출판사들이 출판을 제의해 와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작가는 1억원의 선인세를 받으면서 「해냄」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냄은 『「아리랑」 출간을 계기로 본격문학에 눈을 돌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체 12권은 오는 11월께 완간된다.<이현주기자>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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