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사회의 유력인사가 사망했을 때, 누군가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금수조차 울며 고인을 추모했다』고 말했다면….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신병자 취급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있다. 김일성의 장례식날 북한중앙방송은 『남포직할시의 한 학교에 제비 한 마리가 날아들어 김일성초상화 앞에서 10분간 오열하고 5분간 묵도하다가 날아갔다』고 보도했다. 또한 평양 만수대언덕에 수많은 제비떼가 나타나 어두워질때까지 동상 주변을 날아다녔다는 북한방송의 보도도 있었다. 이외에도 『백두산천지가 요동을 쳤다』 『기러기들이 김일성동상 주위를 세바퀴 돌며 슬피 울고 날아갔다』는등 김일성사망을 애도하는 기상천외한 보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왕조시대나 광신적 종교집단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김일성장례식에 운집했다는 2백만 애도인파, 그리고 실성하다시피 하는 그들의 통곡은 「제비 조문」등의 황당무계한 사건들이 북한사회에서는 사실로 통하고 있음을 말해주고있다. 북한언론들은 단순한 애도가 아닌 사명감의 차원에서 정색하며 이를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믿기지 않지만 이것이 북한사회의 엄연한 실상이다. 북한을 방문했던 국내외인사들이 「집단최면」 「광적」 「전제주의」라는 표현으로 북녘땅의 현실을 전했던 것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이 새삼 확인되고 있는것이다.
북한의 비정상은 우리 사회의 내부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한 자기점검을 해야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있다. 집단최면에 빠진 북한사회를 가치판단의 준거로 삼는 주사파운동권학생들,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극우세력등 극과 극의 목소리는 우리사회가 안고있는 또다른 측면의 비정상들이다.
「제비와 기러기의 조문」을 선전하는 북한을 보며, 우리는 분단50년의 참담한 벽을 절감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만이라도 냉철함과 이성을 잃지말자는 다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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