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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우상화」 지속될까/러 학자들 스탈린과 비교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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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우상화」 지속될까/러 학자들 스탈린과 비교분석

입력
199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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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기간 길고 아들후계로 급변없을듯/젊은층 동요땐 「격하」 가능성도 김일성은 비밀왕국 북한을 40년이상 철권통치하면서 신처럼 숭배를 받아왔다.그러나 그의 장례식에 즈음해 떠오르는 의문점 하나는 과연 김일성 우상화작업이 사후에 얼마나 지속될까하는 점이다.

 요시프 스탈린이 1953년 사망했을때 수십만의 열광적인 군중들이 슬픔을 억누르지 못한채 모스크바거리를 메웠으며 광란속에 수십명이 깔려죽기까지 했다.

 그러나 3년도 못돼 스탈린은 후계자 니키타 흐루시초프에 의해 격하되는 운명을 겪었으며 지금 그의 명성은 사라지고 극히 일부분의 러시아 노인층만이 숭배할 뿐이다.

 김일성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인가. 아니면 20년간 후계수업을 받아온 효성스런 아들인 김정일에 의해 계속 살아남을 것인가. 스탈린에서 중국의 모택동,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거대한 동상을 세웠던 공산주의 독재자들은 대체로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격하되는 운명을 겪었다.

 오늘날 기술의 발달은 지구의 가장 먼 곳까지 정보가 쉽게 전달될 수 있게 만들었고 과거 공산주의 독재자들이 써왔던 철저한 정보통제는 이제 불가능하게 됐다. 이들 독재자들의 신화를 깨부수는데 앞장섰던 러시아의 몇몇학자들은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영광의 끝에서 추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김일성은 자신의 사후에 대해서도 대비해 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러시아 한반도연구소의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김일성은 스탈린의 사후 벌어진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그는 스탈린보다 훨씬 철저하게 북한주민들을 통제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일성은 북한주민들에게 국부로서 그리고 거의 신으로서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며 『그를 격하시키려는 분위기가 나타난다면 이는 곧 북한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8일 사망한 김과 스탈린의 집권기간중 5년간이 겹쳐있다. 스탈린은 1948년 김일성의 정권창출을 도왔으며 그들은 스탈린이 5년뒤 뇌출혈로 숨질 때까지 혈맹을 유지했다. 둘다 철권통치로 인민들의 조그만 불평불만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련은 북한보다 훨씬 광대하고 복잡한 나라여서 김일성이 북한사회를 통제했던 것처럼 외부의 영향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었다. 남북한을 모두 방문한바 있는 러시아의 한반도전문가 가브릴 코로트코프는 북한주민들의 집단적인 통곡장면이 진짜라고 말한다. 그는 『북한인민들의 슬픔과 눈물은 스탈린이 죽었을때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 아주 순수하고 진실된것』이라며 『북한당국이 김일성을 계속 신이라고 주장, 사람들은 마침내 세뇌되고 말았다. 스탈린하에서는 선전조작이 30년간 지속됐지만 북한에서는 50년간이나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루지야태생인 스탈린은 확실한 후계자를 남겨놓지 않은 반면에 김은 아들을 후계자로 길러 놓았고 김정일은 아버지의 길에서 이탈할 어떤 조짐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김정일의 능력에 대한 의문은 있다. 아스몰로프는 『개인을 우상화해 통치해온 모든 정권은 「위대한 지도자」가 죽으면 더욱 쉽게 붕괴됐다』며 『김일성은 이를 피하려고 애썼지만 그의 의도는 망나니이며 플레이보이인 김정일의 괴팍한 성격과 통치력부족으로 빗나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몇몇 나이많은 러시아인과 그루지야인들은 아직도 스탈린을 존경, 그의 사진을 벽에 걸어 놓기도 하고 크렘린벽에 헌화하기도 한다. 그들은 스탈린이 구축했던 강제적인 사회질서가 오늘날의 사회혼란보다 나았다고 주장한다.

 코로트코프는 김정일이 부분적인 개혁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북한의 젊은 세대들이 쉽게 동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북한에는 이러한 억압구조를 걷어치우길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이러한 새로운 흐름이 앞으로 1년내에 분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모스크바 AP 연합=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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