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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결단(사설)

입력
199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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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경학생운동을 주도해온 주사파 핵심지도부가 북한과 어떤식으로든 연계돼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과격한 시위가 있을 때마다 캠퍼스에 나붙는 대자보와 시위구호 그리고 지하유인물들에서 북한 조평통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내용등을 통해 북한과 연계 가능성은 수없이 발견돼 왔던 것이다. 관련학자들 또한 연계사실을 경고해 오던 터다. 특히 김일성 사망후 분향소를 차려놓은 전남대 학생회관에서 적발된 지하유인물의 내용은 김의 사후 북한방송 및 노동신문의 내용과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던 차에 『극력 좌경운동권의 핵심인 주사파가 팩시밀리를 통해 북한의 지시를 받아 반정부, 극력좌경운동을 이끌고 있다』는 박홍서강대총장의 폭로를 듣게 되면서 우리는 극력학생운동의 배후를 새삼 생각케 된다.

 어쩌다가 우리 학생들이 북한의 대남전략 꼭두각시로까지 전락해버렸다는 것인가.

 박총장은 북한이 남한내 주사파 핵심부에 UR비준 반대와 미군기지반납 서명운동을 2학기에 벌이도록 지시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히고 『주사파 뒤에는 사노맹이 있고 그 뒤에는 북한 사노청, 그 뒤에는 김정일이 있다』면서 북한의 지시총책이 김정일이라고 단정했다.

 박총장은 이에 대한 증거로 범민연 해외지부인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의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동대문호텔을 통해 주사파 핵심부가 북한에 팩시밀리를 보내 지시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총장의 폭로에 머리끝이 곤두서는 전율을 느끼기도 하지만 우리가 더욱 걱정하게 되는 것은 안기부·검찰·경찰등 안보와 정보관련 부서들은 어찌하여 주사파 학생들이 북한과 연결돼 팩시밀리를 주고받는 것까지도 적발은 커녕 눈치마저 채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었느냐는 것이다.

 대북한 정보기관들은 여태까지 뭘하고 있었기에 김대통령이 대학총장의 고발을 듣고서야 주사파를 국가기강 차원에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때늦은 결단을 하도록 했느냐는 책임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공망에 이처럼 구멍이 뚫려 있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나라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인가. 아무리 학생의 신분이라 한들 북한의 대남공작과 내통하면서 국가안위를 위협하고 이적을 일삼는 행위를 사전에 적발하지 못해 무대책으로 있었다면 정보관련부서의 무능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통령의 엄한 질책과 독려가 뒤따라야 마땅할 것이다.

 어떠한 이념이나 명분도 민족공동체의 존립과 안녕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학총장의 용기있는 고발이 학생운동권속에 숨어있는 주사파를 뿌리뽑는 계기가 되도록 정부와 대학이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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