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북 합자식당 2곳 문닫아/분향소 조화 빽빽이… 외부인 통제/국경다리엔 물자·사람통행도 끊겨【연길=이준희기자】 북한 국경지역 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속해있는 중국 길임성 당국은 김일성 장례일인 19일과 20일 이틀동안 TV 라디오 방송에 경쾌하고 요란한 음악이나 오락프로그램을 방송치 말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연변TV방송등은 이날 상오 전체 프로그램을 재편성, 예정된 오락 쇼프로그램 일부를 대담, 교양프로그램으로 바꾸고 음악도 김일성 혁명가곡등을 중심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별도의 추모방송은 하지않았다.
방송국 관계자는 『이러한 지시가 북경 중앙정부 차원에서 결정된 것인지, 또는 길림성을 포함한 동북3성 북한 접경지역에만 해당된 것인지는 알수없다』고 말했다. 연변조선족 자치주의 주도 연길시에 있는 중국·북한 합자기업인「청진식당」 「목란 식당」등 2곳은 이날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연길시 중심가에 위치한 「청진식당」은 셔터를 내린채 「사정에 의하여 19·20일 영업중지, 21일부터 영업한다」고 적힌 안내쪽지를 내걸었으며 길건너 합자기업인 「연청기업」도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
당초 김일성 사망직후 「청진식당」에 임시 설치됐던 분향소는 이날 하남노주변에 있는 「목란식당」으로 옮겨졌다.
낡은 상가건물의 한쪽 입구에는 대형 인공기가 깃대에 검은 상장을 늘어뜨린 반기로 게양됐으며, 2층 식당으로 통하는 유리문 안쪽 계단에는 붉고 노란 종이꽃으로 만들어진 조화가 빽빽히 들어섰다.
조화마다에는 「김일성 수령님의 영생불멸을 기원합니다」 「수령님의 위대한 혁명업적은 영생불멸하리」 「김일성영수 영수부후」라고 쓰인 리본들이 달려있었다.명의는 연변대학기업소 따위의 합자기업이 대부분이나 「조선지원군 전사」등의 개인명의도 눈에 뛰었다. 이곳도 입구가 굳게 봉쇄된채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주민은 『사람들의 출입이 거의 없어 외부 조문객을 받는 것 같지는 않고 북한 국적을 가진 이곳 조교(조선교포)들만이 내부적으로 조문하는 곳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목란식당」은 21일까지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또다른 합자회사인 「평양식당」은 정상적으로 영업을 계속했다.
북한 남양시가 마주보이는 중국 국경도시 도문에선 백두산 관광시즌을 맞아 몰려든 한국 관광객들이 호기심섞인 눈길로 건너편을 망원경으로 바라볼뿐 평소 많은 물자와 사람이 오가던 국경다리는 이날 단 한 건의 통행도 없었다.
국경 정면 북한측해관(세관)건물에 내걸린 대형 김일성 초상화는 아무런 상장없이 평소 그대로였으며 다만 시내 곳곳에서 인공기들만 반기로 게양됐을뿐 인적조차 드물었다.연길시내도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여서 김일성장례와 관련한 어떠한 특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일부 관심있는 중국인들이나 조선족들이 아침일찍부터 북한 TV를 보기위해 도문, 남평, 혼춘등지의 국경도시로 삼삼오오 떠나는 모습이 눈에 뛰었다.
주민 이모씨(52·상업)는 『장례식과 추도식 모습이 대단한 구경거리가 될 것 같아 무산 건너편 호암마을 친척집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보려고 국경쪽으로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측은 북경의 중앙정부 이외의 지방조문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않고 있는데 길림성의 일부 간부는 심양의 북한 영사관에까지 가 개인적으로 조문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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