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현지조사를 다니면서 나는 일본 사회의 구석구석이 외길을 걷는 전문가들로 채워져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자기의 분야에서만은 결코 남에게 뒤지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지 않으려는 일본 사람들의 직업에 대한 태도가 오늘날과 같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일본을 만든 기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한가지에만 몰두하다가는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뿌리를 내린 것 같다. 사실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면 자기의 직업을 천직으로 삼고 외길을 걷기보다는 자신이 현재 하는 일을 다른 분야에서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삼든가, 출세를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바꾸는 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른바 「출세」가 인생의 목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심취해서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마저도 돈이나 권력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려고들 한다.
거의 대부분의 직장에서 한가지 분야만 전문적으로 다루다가는 출세하지 못한다고 해서 여러 부서를 두루 거치기를 선호한다. 사회의 각 전문 분야에서도 조금만 두각을 나타냈다면 그 여세나 인기를 몰아서 다른 데로 진출한다. 더러는 사회가 그런 사람이 외길을 걷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끌어낸다. 일생동안 평교수, 평교사, 평기자로 외길을 걷는다면 무언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중요한 보직에 올랐다가 그 임무가 끝난 후에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서 창조적인 일을 해낸다는 것은 그가 슈퍼맨이 아니고는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를 우대하지 않는한 각 분야의 현장에서 터득된 지식은 축적이 되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경험적으로 도달한 귀중한 지식들은 사장되고 그 자리를 이은 사람은 쳇바퀴를 완전히 다시 돌아야만 전임자의 수준에 도달할 수가 있다. 국가적으로는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정당하게 대접을 받고, 그들의 창의적인 노력이 빛을 보는 사회야말로 국제화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을 것이다.<이문웅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이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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