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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장례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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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장례후(사설)

입력
199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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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체제의 부확실성, 부가사의, 비밀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일성주석의 장예식도 대외적으로는 철저히 가려진채 이른바 북한식으로 치렀다. 이로써 북한을 49년간 절대권력으로 통치해온 김일성은 온민족에게는 씻을 수 없는 죄오을, 북한주민들에게는 억압과 가난 및 수많은 제단(동상)을 남겼고 아들에게는 왕위를 세습시키고 역사속에 묻힘으로써 김정일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장례식이 끝남에 따라 내외의 관심은 오늘 평양에서 열리는 대규모 김일성 추도대회에 모아지고 있다. 대체로 이 대회는 김정일새체제의 후계구축과 관련, 김일성의 혁명위업 계승과 함께 김정일에 대해 대를 이어 충성을 다짐하는 계기로 활용하며 새체제의 공식출범을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장례에서 공산형제국인 중국의 당·정·군의 권력운영과 통치방식을 철저히 모방해 온 북한이 모택동사망 때의 전예를 사실상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제는 김정일이 앞으로 과연 모사후 중국이 걸었던 길을 계속 답습할 것인지 여부다.

 현대 중국의 변화는 모사망이 전기가 됐다. 중국공산당은 장례가 끝난 직후 강청등 4인방을 체포, 제거하고 오직 대외개방만이 살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중공당은 77년 농업, 공업, 국방, 과학 및 기술등 4대 현대화원칙을 채택한데 이어 78년12월 11기3중전회의에서 대내활성화와 대외개방을 결정하는 한편 국민경제10계년 계획에 착수했다.

 79년7월 5기전인대회의의 결정에 따라 심천, 주해, 산두, 하문등 4개 경제 특구(자유경제지역) 건설에 나섰던 중국은 개방정책을 편지 근 15년이 지난 오늘 시장경제도입 등으로 세계의 중견무역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오늘날 김정일체제에 넘겨진 최대의 과제는 식량과 유유 원자재 및 생활필수품등의 부족등 극심한 경제난과 이에 따른 주민불만의 무마, 수습이다.

 장례기간중 북한이 「우리식사회주의를 통한 성공」을 외쳤지만 과거처럼 문을 꼭 닫은채 소위 「자역갱생」으로 경제난이 해소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김정일에게 중국개방정책의 모방여부는 체제의 사활이 걸려있는 심각한 과제다. 물론 개방할 경우 민주와 자유의 바람으로 주민동요에 따라 체제가 흔들리고, 문을 계속 닫아도 불만이 폭발, 위기를 맞게 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때문에 당분간은 체제안정을 위한 주민무마등에 전력 집중하겠으나 대미3단계회담 계속과 함께 어차피 명분을 내세운 협력,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도 멀지않은 시기에 남에 대해 대화의 손짓을 할게 분명하다.

 지금은 대화를 서두를 때가 아니고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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