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별이 쏟아질듯 어우러지고 유성이 흐르는 하늘은 정녕 신비하고 아름답다. 인류는 먼 옛날부터 하늘의 별을 통해 꿈을 키우고 미지의 세계를 동경해왔다. 별을 세고 별자리를 찾으며 유한한 인생은 무한한 우주에서 위안을 찾는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 꿈과 위안을 잊고 산다. 도시의 하늘은 「공해 커튼」이 드리워져 별을 볼래야 보기가 어렵다. 지금 하늘엔 이러한 우리를 일깨워 주듯 1천년에 한번 정도라는 목성과 21개의 얼음핵 파편으로 구성된 「슈메이커 레비9」혜성의 충돌이라는 천체쇼가 펼쳐지고 있다.
17일에 시작, 22일에 끝날 이 천체쇼를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첫날 충돌에서만 1천9백의 거대한 불기둥이 생기고 목성에 지구지름의 반정도의 웅덩이가 생겼으며 충돌 순간에 약2억톤의 TNT가 폭발하는 에너지가 방출됐다는둥 갖가지 소식이 전해오지만 우리와는 먼 이야기다. 눈먼 우리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 외국천문대에서 관측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이다. 우리 시설로는 발만 동동 굴러야 한다. 첨성대를 만들고 국기인 태극기조차 우주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도 우리의 수준은 부끄럽기만 한 것이다.
우리의 천문연구의 현실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설이란 천문대의 위상에서 잘 드러나 있다. 독립기관이 아니다. 한마디로 더부살이 신세다. 하늘을 관측할 수 있는 시설이래야 15년전 태백산에 설치한 직경 61의 광학망원경이 전부다. 외국에선 고등학교도 가지고 있는 수준이다. 17일 급히 망원경만 움직인 보현산의 1·8 광학망원경도 내년말이나 돼야 제대로 가동된다.
충돌이 시작된 후 『우리천문대는 사진한장 못찍고 무엇 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6억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은 적외선 망원경이 아니면 거의 방법이 없으니 우리의 여건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근대과학은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우주의 질서와 규칙을 추적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천문학과 우주의 질서는 근대과학의 바탕인데, 우리는 이러한 기본 사실조차도 망각해왔다.
외국에선 이같은 천체쇼는 전문가만의 잔치가 아니다. 슈메이커 레비9 혜성을 발견한 레비씨나 이 혜성이 목성과 충돌할 것이라고 궤도를 계산한 일본의 나카노(중야주일)씨는 모두 아마추어 천문학자다. 우리의 천문학 인구는 박사급이 50명에 제대로 기초를 갖춘 아마추어가 1천명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하늘을 우러러보며 살자. 입시에 찌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우주를 안겨주는 시설투자의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목성과 혜성의 충돌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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