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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말의 하늘… 가슴이 탄다/가뭄피해 르포… 전남 무안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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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말의 하늘… 가슴이 탄다/가뭄피해 르포… 전남 무안일대

입력
1994.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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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러야할 들판이 갈색으로/복길간척지 절반이 이미 염해/농사포기한듯 농노 인적끊겨 하늘도 땅도 농작물도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땀에 전 농부의 옷처럼 논바닥 곳곳에는 허연 소금기가 드러나 있고 갓 자란 벼포기는 폭염에 말라 죽어 한창 푸르러야 할 들판이 죽음의 갈색으로 변해 있다.

 18일 하오 전남 무안군 삼향면 청계면에 걸쳐 있는 복길간척지 일대. 거북등 모양으로 쩍쩍 갈라진 논바닥의 틈새는 수혈을 기다리는 환자의 비틀린 혈관처럼 처절한 모습이었다. 논배미 사이의 용수로에는 짠 소금물이 스며들어 이미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6개의 관정중 2개소는 이미 수원이 고갈되었다.

 얼마 전까지도 사용됐을 양수기 1대와 실타래처럼 엉킨 고무호스가 쭈그러진 농민들의 마음처럼 농로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농사를 포기한 듯 광활한 논에는 사람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고 뜨거운 여름 햇살만이 바짝 말라 버린 들판에서 지글지글 끓었다.

 복길간척지는 가뭄이 심한 전남지역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무안군에 의하면 복길간척지의 전체 경작면적 2백72 가운데 1백13의 논이 염해를 입었고 이중 66는 완전히 말라 버려 수확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삼향면 지산·금동·월호·복길리등 4개 지역의 논은 이미 황폐화돼 비가 와도 살릴 수 없게 돼버렸다. 이곳에서 1천2백평을 경작한다는 이연술씨(42·삼향면 복길리)는 『올해 농사는 완전히 포기했다』며 『앞으로 비가 1주일 안에 오지 않으면 청계면 쪽의 논도 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향면 쪽의 피해가 큰 것은 이곳이 해안에 접해 있어 바닷물의 유입으로 인한 염해가 가장 먼저 나타났기 때문이다.

 복길간척지 일대는 지난 76년부터 84년까지 9백70의 방조제가 조성돼 2백20농가가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러나 수리안전답으로 농업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된 이 간척지는 방조제에서 하나 둘 물이 새면서 바닷물이 들어와 염해를 입기 시작, 92년 가뭄 때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가뭄현상이 가장 오래 계속된 전남지역에서는 고흥 보성 해남등 남쪽지역을 비롯해 곳곳에서 심각한 가뭄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도내 저수율은 이미 지난주에 30% 이하로 떨어졌고 비상농업용수로 쓰던 하천과 보의 물도 고갈된지 오래다. 각 시군과 농민들은 인력과 양수기등을 총동원, 가뭄지역을 집중지원하고 있으나 워낙 물이 메말라 대다수 지역에서는 비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마저 포기한 복길간척지의 가뭄·염해피해현장은 위축되고 있는 농민들의 어깨를 더욱 오그라 들게 하는 우리 농업의 현 주소인 것만 같았다.<무안=임종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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