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남북관계보다 공작치중 특징/대남분야 측근적어… 「해외전문성」비중/김용순총괄,권희경·한시해역할 커질듯 김일성 사후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의 대남비방 수위가 높아지고 횟수가 증가하면서 김정일시대의 대남사업을 주도할 인맥들이 이미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북한은 특히 김일성사망후 처음으로 지난 16일 남북정상회담문제를 거론하고 나오기 시작, 대남 선전선동정책이 김일성때의 그것과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징후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김정일의 대남 인맥은 기존인물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뒷전으로 밀렸으며 새롭게 부상하는 인물들도 일부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정일대남정책」의 특징은 공식적인 남북관계보다는 남조선혁명을 목적으로 하는 대남공작에 주력해왔기 때문에 향후 이 분야의 핵심측근들 역시 과거 김일성시대의 「대화꾼」들 보다는 「공작꾼」들로 짜여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의 대남사업 총책을 맡고있는 김용순대남담당비서(60)는 앞으로도 당분간 김정일의 대남사업을 총괄해나갈 것이 확실시 되는 인물. 지난달 28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부총리급 실무접촉 당시 북측 수석대표로 나와 당일로 회담을 성사시키는 유연성을 보여줬던 그는 지금까지 주로 북한의 대서방 외교를 주도하며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실세」로 평가돼왔다.
이번 김일성장의위원중에서는 서열 29위에 그쳤지만 김정일의 바로 뒤에 서있던 모습이나 김정일이 제일 아끼는 동생 김경희를 부축하던 모습이 TV에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끌었었다. 또 대남담당비서의 본래 업무라고는 하지만 장례기간중 김진경, 문명자씨등 재미교포나 조총연 조문단을 영접, 향후 대남분야에서 그가 차지할 비중을 실감케했다.
이에비해 새롭게 떠오르는 김정일의 대남사업담당 선두주자로는 90년4월 소련대사직에서 해임된 이후 대외정보조사부장에 임명된 권희경(66)을 단연 꼽을 수 있다. 77년 당국제부 부부장을 거쳐 10년 동안 소련 대사로 재직한뒤 90년부터 당 대외정보조사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소련대사시절에도 평양에 자주들러 김정일 장성택등과 어울려 사냥과 주흥을 즐겼을 만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맡고 있는 대외정보조사부는 북한의 여러 대남공작부서중에서도 김정일이 직접 관장할 정도로 중요시 여기는 부서. 따라서 그가 이 자리의 책임을 맡았다는 것은 향후 이 부서의 부부장인 강해룡 및 통일전선부 부부장 강주일등과 함께 김정일의 대남공작 전문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20여년 이상 다져온 김정일의 권력승계기반을 따져보면 선전경제군사부문 순이었으며 정작 대남분야에서 「김정일맨」을 찾기란 쉽지 않다. 김정일은 그러나 90년께 들면서부터 대남정책을 독자적으로 주도하고 있다고 선전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인맥형성작업에 들어갔다. 김정일이 대남담당 인물을 낙점할때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해외 전문성」 정도. 이는 대남공작이 해외를 경유하는 우회공작으로 바뀌고 있으며 남북간의 우열이 주로 국제 무대에서 결정돼 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외교전문가인 허담이 대남담당비서와 통일전선부장 및 조평통위원장을 역임한 경우가 그것이다.
지난 91년 사망한 허담의 뒤를 이어 김정일의 대남업무를 보좌할 인물로는 윤기복과 한시해정도가 물망에 오른다. 하지만 윤기복은 81년5월부터 조평통부위원장을 맡아오면서 90년1월 대남사업담당비서에 올랐다가 한때 김정일로부터 불신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현재는 서열36위로 경제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77년부터 84년까지 유엔대사를 역임한후 88년부터 통일전선부 부부장 91년 범민연북측본부 부부장을 거쳐 92년3월에는 범민련 북측본부대표단장으로 일본을 방문하기도 한 한시해는 남북대화에도 관여하면서 재미교포들을 상대로 통일전선 업무를 주도해온 외교전문가이자 대남통이다. 그는 유엔대사로 일할 당시 재외 공관장 회의시 마다 김정일과 개별 접견을 가질 정도로 핵심측근이란 점에서 향후 대남사업에서 그의 역할이 주목되고있다.
72년 남북적십자회담때부터 수차례 남북대화 일선에 등장했던 전금철(70)의 경우는 최근 조평통부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심의위원자리를 동시에 박탈당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남사업에서는 발을 뺄 것으로 전망된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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