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슈와이처「승리」서 비밀문건 등 인용 주장/경제적파탄 겨냥 군비경쟁 유도/유가인하 등 구소자금원 봉쇄도 『누가 냉전을 종식시켰는가』 구소련의 와해는 사회주의 체제의 내부모순보다는 로널드 레이건전미국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매파 정책입안자들이 펼친 미국의 강압 경제경쟁 전략에서 급격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 단행본에 실려 나왔다. 「승리」(VICTORY·피터 슈와이처지음·애틀랜틱 먼슬리프레스간)는 레이건 정부와 구소련의 고위관료, 비밀문건들을 인용해 학계에서도 이미 거론된 바 있는 이같은 논리를 확인하고 있다.
레이건정부가 이른바 「별들의 전쟁」이라는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등으로 무자비하게 군비확장에 돌입, 구소련이 경쟁에 익숙지 않은 경제체제로 이를 무리하게 따라가다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80년대 들어 이미 구소련이 치명적인 경제적 결함을 보였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레이건이 대통령이 된 후 구소련의 경제적 불안을 파악, 기존의 방어 내지 봉쇄전략을 버리고 윌리엄 케이시CIA국장을 주축으로 적의 경제적 파탄을 겨냥해 군비확장경쟁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구소련의 몰락이 가속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저자는 구소련이 호전적이고 위협적인 레이건의 정책에 공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에 따라 국방비 지출이 심화돼 취약한 경제기반이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소련 옥죄기 전략은 다각적으로 이뤄져서 서유럽의 자본과 기술이 동유럽으로 흐르고 구소련의 기름과 가스가 서유럽으로 수출되는 통로를 차단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 유가를 인하하도록 유도했으며 폴란드 자유노조와 아프가니스탄 반군 게릴라에 비밀자금을 지원, 구소련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갔다고 예시했다. 결국 미국의 안정과 세계평화를 위해 적의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국방력을 강화한다는 레이건의 구상은 그가 악의 제국이라고 하면서까지 적개심을 보인 구소련의 몰락을 노린 경제전쟁의 정치슬로건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김병찬기자>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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