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조문논쟁이 끝도 맺지 않고 잦아들었다. 여야가 서로 이로울게 없다는데 이해가 일치한 것 같다. 결론내리지 않은 침묵이라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조문논쟁은 본질적으로는 김일성에 대한 역사적 평가문제다. 앞으로도 그에 대한 많은 연구와 평가가 따르겠지만 우선 민족적 차원에서 그에 대해 물을 것은 한국전에 대한 그의 책임이다. 한국전은 남·북한 양측에서 군민을 합쳐 수백만명의 사상자를 낸 가공할 동족상잔이었다. 김은 이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6·25세대등 한국인의 대다수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 김일성 조문문제와 관련한 정부성명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조문논자들이 승복할지는 크게 의문이다. 조문지지자들이 김일성옹호 내지 동조론자라면 얘기를 더 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자신들의 논리 이외에는 어떤 논리도 경청을 거부할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지지자가 아니라면 화해의 환상에 빠져 있지 않나 자기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가끔 본말을 전도하는 오류를 범할 때가 있다. 조문지지론도 그렇다 하겠다. 김일성이 단순히 북한의 반세기 통치자였다는 것만으로 나, 또는 남북의 회담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조문해야 한다고 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감상적인 것처럼 들린다. 조문은 김일성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역사적 실체가 아니라 그의 사상·정책에 대한 인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문이 절대다수의 한국국민에게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 북한정부와 협상하는 것은 그들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는 것이지 그들의 이념·정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실체는 인정하되 「정통성」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이 점을 보다 선명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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