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공직자 재산공개 때의 일이다. 부정축재의 기준으로 도에 넘는 재산과 그 재산을 형성하게 된 과정, 그리고 반드시 골동서화가 거론되었다. 재산이 별로 많지 않은 사람이라도 골동서화가 있을 때에는 곧 의혹의 눈길이 쏠려 생각 깊은 사람들을 착잡하게 했다. 부동산처럼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데 사실이 그럴 수 있는 것인가. 또 그렇다 해도 기준이 전혀 없이 마구잡이로 범죄시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 일인가.
골동서화는 무척 다양하고 가격에 있어서도 천차만별이다. 한 점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지만 불과 수십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것도 허다하다. 게다가 투기를 하려면 상당한 안목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과연 몇 사람이나 그런 자신이 있어 장차 큰 돈을 벌어줄 골동서화에 투자를 할 것인가. 그보다는 오히려 작은 취미로, 또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몇 점 간직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큰손 장영자씨의 경우 단시일에 1백억원대의 골동서화를 사들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일종의 광기지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설사 아무리 비정상적인 구매라 하여도 우리 아닌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골동상가에는 공직자의 발걸음이 일절 없다고 한다. 의심을 받을까 두려워 선대의 유물조차 몰래 처분하는 상황에 새로 구입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이에 우리의 귀중한 골동서화가 끊임없이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우리의 골동서화를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는 만큼 몇 점씩 간직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오히려 골동서화 한 점도 없는 사람은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인병선 짚·풀 생활사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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