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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 축소법안」 발표/“이 총리의 실착”… 정권위기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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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 축소법안」 발표/“이 총리의 실착”… 정권위기 자초

입력
1994.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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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수사검사들 집단반발 사임/언론도비난… 연정내부 알력까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총리와 디 피에트로 수사판사(검사)이다. 한 사람은 지난 2년간 이 나라의 고질적인 정경유착및 부패에 대한 수사를 주도한 사법부의 상징적 인물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실상 그 덕에 정치입문 2개월만에 재벌총수에서 총리로 변신한 인물이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전후 이탈리아의 기존정치를 붕괴시킨 이 나라 검찰의 마니폴리테(부정부패 척결운동)가 없었다면 지난 총선에 결코 나서지 않았을 것이며 또한 집권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두 사람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지난 14일 반부패수사와 관련한 검찰권을 대폭 약화시킨 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그러나 사법부와 야당, 언론으로부터 즉각 비난을 받으면서 출범 4개월의 베를루스코니정권은 중대한 시련을 맞게됐다. 각의통과 후 즉각 효력을 발휘한 이 법안은 3개월 안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16일 의회에서 이 법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사임할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디 피에트로판사 등 반부패수사를 이끌고 있는 수사판사들도 사임하거나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면서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과 언론들도 이 법안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법안의 골자는 수사판사들이 부정부패혐의자를 혐의만으로 예비구금할 수 없으며 언론은 재판이 끝나지 않은 부정혐의자를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인권과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입안됐다. 이 법안이 발효됨에 따라 감옥에 갇혀있던 2천여명의 혐의자들은 가택구금 형식으로 풀려나기 시작했다.

 예비구금제도는 지난 2년간의 마니폴리테 수사에서 남용됐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무성의 인권보고서도 지난해 이를 인권침해의 하나로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반부패 수사과정에서 증거인멸과 도주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또한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는 부패의 확산을 막는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이탈리아는 더 이상 경찰국가가 돼서는 안된다』고 이 법안의 당위성을 변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일부 수사판사들은 영웅이 됐다. 그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TV에 하루라도 나오지 않으면 실망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디 피에트로판사는 이에 대해 『이 법안은 반부패수사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우리는 양심과 법에 따라 수사한다』고 반박했다. 많은 판사들이 부패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반발했다.

 반정부 성향의 유력지 레푸블리카는 베를루스코니의 정당인 「포르자 이탈리아」의 의미를 빗대 「나가자, 도둑들이여」라는 제목으로 이 법안을 꼬집는등 언론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야당은 베를루스코니가 그의 기업인 「피닌베스트」그룹과 형제인 파올로가 뇌물공여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다 그 역시 구정권의 거물들과 오랜 유대관계가 있는 점을 들어 정치적 동기가 있는 법이라고 공격했다. 베를루스코니총리의 진영에서도 반대가 불거져 특히 집권연정 참여세력 중 가장 비중이 큰 북부리그 출신의 내무장관까지 새 법에 항의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안팎의 저항에 부딪친 베를루스코니정권은 위기를 맞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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