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판깨기」 아닌 경고일수도/비방재개/김정일체제 이상신호 가능성/장례연기/내부결속 등 다목적용/김정일건강 악화세도 북한이 김일성 장례식을 하루 앞둔 16일 이를 갑자기 연기한뒤 김일성사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 문제에 언급, 우리측을 비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일성사망부터 김정일체제 출범을 목전에 둔 현재까지 대북정보가 절대적으로 결핍된 상태에서 북한이 잇달아 의외의 조치들을 발표함에 따라 우리측에서도 판단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16일 중앙방송보도와 관련, 정상회담을 위한 합의서가 체결된뒤 북한측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대남비방을 재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측은 선전매체들을 통해 처음에는 조문객 방북 허용을 「촉구」하다, 15일 유령단체인 한민전을 동원해 간접비난을 시작한뒤 이번에는 관영매체를 통해 직접적인 비난공세를 시작하는등 비난의 강도를 점진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 당시 남북쌍방이 회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비방을 중지한다는 점을 못박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방송은 이같은 합의의 중대한 위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대남비방이 강렬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을 완전히 무산시키겠다는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6일 비난방송은 정상회담을 무산시키기 위한 전주곡일 수도 있고, 또는 장례기간중 우리측 행동을 잠재우기 위한 경고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측은 「국가장의위원회 공보」를 통해 『인민들의 절실한 심정과 요구를 반영, 조객을 18일까지 맞이하고 영결식은 19일 평양에서, 추도대회는 20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장례식연기가 발표 그대로 수많은 조문군중을 수용키 위해 장례기간을 연장한 것이라면 그다지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같다. 그러나 아직 김정일로의 권력승계절차가 마무리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이례적인 조치가 발표됨에 따라 여러갈래 구구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사회주의국가의 국장을 보더라도 장례식을 하루 앞두고 장례기간을 연기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정부측도 내부결속용 대남교란용 권력승계의 이상징후 장례절차상의 차질등 많은 가능성중 어느 한쪽에 비중을 두지 않고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김일성에 대한 추도열기를 김정일체제 옹립에 이용하는 「시신정치」를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다. 북한이 이번 발표에서 영결식과 추도대회를 분리한 것은 정치행사의 규모를 그만큼 더 확대함과 동시에 영결식은 김일성, 추도대회는 김정일에게 초점을 맞추어 내부결속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시신정치」는 대남사업까지도 고려한 다목적 포석일 수도 있다. 북한측으로서는 「조문파동」으로 빚어진 남측의 갈등을 증폭하고 싶거나 앞으로 입북하도록 예정돼 있는 주요 조문인사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주변에는 북한의 장례절차가 여러가지 차질을 빚고 있다는 미확인 첩보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 김일성의 시신을 금수산의사당 아니면 건립중인 것으로 알려진 기념관에 안치할 것인지, 또는 장지를 정해 매장할 것인지 이견을 빚고 있다는 설도 있다. 또 시신을 담은 유리관이 결함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 장례기간중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설등이 정부내부에서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모든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장례를 연기한 사실을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게 중론이다. 김일성의 장례절차와 향후 정치일정은 사망후 발표까지의 기간동안 김정일주재하의 정치국확대회의에서 충분히 논의됐을텐데 하루전에 변경한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작업은 이미 20년동안 진행돼 왔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김일성추모기간을 이용해 정치적 선전작업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김정일의 예정된 권력승계 스케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적신호라는 분석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평양에는 당정치국위원과 당중앙위원, 최고인민회의대의원등 북한권력상층부가 총집결해 있는 상태. 혁명원로급등이 새 체제하에서의 인사개편 내용에 반발하거나 김정일을 최고지도자로 받아들이는데 반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어떤 경우든 향후 북한체제는 불확실성이 높아져만 가는 격동기를 맞게 될 것이 틀림없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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