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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으로 본 김정일/조영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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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으로 본 김정일/조영환(특별기고)

입력
199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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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개심·자신감 강해 대담한 결정 가능성 케네디대통령은 후루시초프를 만나러 가기 전 미국 정보부에 후루시초프의 성격분석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보부가 정신분석학자에게 의뢰해서 얻은 결과가 회담성공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후루시초프보다 몇배 더 심한 성격변동이 있다는 김정일을 김영삼대통령이 만나게 된다면 우리측에 얼마만한 자료와 정신분석학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평소 이 방면에 관심이 있는 본인 역시 자신은 없지만 감히 몇가지 자료를 첨가해 김정일 분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먼저 김일성과 김정일의 행동신호를 측량한 90년의 한 논문은 두 사람의 연설을 분석한 결과 친절성과 적개심에 있어서 두 사람이 87.1%대 40%로 친절성은 김일성이 높았고 적개심은 13%대 60%로 김정일이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낙관성과 비관성을 보면 낙관성은 김일성이 80%, 김정일이 1백%이며 비관성에 있어서는 김일성이 20.7%, 김정일이 0%로 나타났다. 이로 미뤄 김정일은 아버지보다 적개심과 자신감이 강해서 겁없이 큰 일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광폭정책」으로 폭넓고 대담한 정치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김정일은 20년동안 후계자로 키워져 오면서 가끔 자신의 행적을 베일로 가렸는데 이에 대해 지금까지는 어른앞에 나서지 않으려는 미덕 혹은 몸조심을 한다거나 자신을 신비화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김정일에게 조울증 증세가 있다거나 의학적인 문제가 있다는 해석 또한 가능하다.

 일본 N병원의 의사가 86년에 평양을 방문, 신분을 밝히지 않고 고위층 인사의 뇌수술에 관련된 모종의 일을 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말 미국을 방문했던 전직 중국 정보장군이 미국 고위관리에게 북한이 지난해 9월 중국으로부터 의사 4명을 초청, 누군가의 뇌구조에 관한 X선 촬영사진을 보여줬는데 의사들이 환자를 보자고 요청했으나 거절되었다고 한다. 이같은 정보는 70년대와 84년의 김정일 교통사고와 무관하다 할 수 없을 지 모른다.

 한편 러시아의 전차관 K는 김정일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두뇌회전이 매우 빠르고 박식해 어느 분야든지 막히지 않고 대화가 진행됐으며 상당히 기분파였다고 한다. K는 북한내부의 안정보다는 한국내부의 안정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일성 김정일과 가깝게 지내는 한 국가원수의 여수행원은 김정일의 성격과 태도가 너무나 오만해서 어떤 여성이라도 진심으로 그를 좋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75년 가을 본인이 동독 훔볼트대학에 초빙교수로 갔을 때 김정일이 그곳으로 공군훈련을 받으러 왔다가 견디지 못했으며 훔볼트대학 교수에게 개인지도를 원했으나 서로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렇게 부정적인 정보와 보도가 많기는 하지만 김정일이 20년동안 권력승계를 위해 치밀하게 훈련되고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영화광이라는 평을 받게 된 이면에는 취미뿐만 아니라 북한의 계획된 정치체계와 구조속에서 그렇게 짜여졌던 것이기도 하다.

 과거 10년동안 어려운 국내정치의 대부분에 관여했기 때문에 김정일에 대한 지도력의 결여나 곧 붕괴될 것이라는 관점은 세인의 흥미를 위한 지나친 희극화의 하나로 보여진다.

 김정일은 64년부터 당의 조직지도부에서 활동했고 10만명의 3대 혁명소조를 이끌어왔다. 또한 아버지의 측근인 혁명1세대를 우대해 은퇴하게 하는 대신, 그들의 2세인 만경대학원과 김일성대학 출신들 및 모스크바 유학전문가들의 지지세력 또한 든든하다.

 김정일이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가 좋아 보이는 것은 그의 개방지향성 때문일 것이다. 73년말, 79년, 92년의 방문을 통해 본인이 느낀 것은 외국 과학기술 및 서방세계에 대한 관심이 김일성, 김영주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라디오영어강좌 프로의 개설과 국민학교의 영어과목 도입은 물론 79년 본인이 김달현을 만났을 때, 그는 뉴욕타임스와 영어잡지를 읽고 있었고 자기의 어린아이가 영어회화를 한다고 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때문에 김정일이 아버지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버지의 정치적 덕으로 존재하는 그가 아버지를 죽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더 강하다.

 카터의 방북으로 대결일로에 있던 긴장이 해소돼 김정일의 짐은 가벼워졌다. 김일성 조문시비가 나올 정도록 혼란스러운 남한 분위기와 미일로부터 얻을 것이 많기 때문에 김정일은 손익계산을 잘 할 것이다.

 남한의 장기독재 후유증의 몇십배가 될 지 모르는 북한의 장기독재가 시한폭탄이 돼 예기치 않은 시간에 준비가 안된 통일이 올지도 모른다. 이때를 대비해 북한의 체제유지 강경파들에게 자극을 주지 않고 조용하며 냉정한 대책모색에 전력을 다할 때이다.<아태평화재단 사무총장·전미애리조나주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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