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석 김일성의 사망 이후 정부 일각과 국민들간에 가장 잘못된 것은 김정일후계체제가 구체제와는 달리 과감한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특히 남에 대해 성의있는 화해적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때문에 벌써부터 부푼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그릇된 판단인가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사망으로 잠시 중단했던 대남비방방송을 재개하는 한편 남측의 어수선한 조문논쟁을 부채질하며 교란을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전선동등에 의한 대남혁명노선, 통일전선전략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17일로 예정된 김일성의 장례식을 이틀이나 늦춘 배경도 심상치 않다. 소위 장의위원회는 북한전역으로부터 조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주민들의 절절한 심정과 요구에 의해 연기했다고 하나 모종의 사정과 속셈이 깔려있음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장례준비의 미비, 김정일의 건강이상, 권력승계에 대한 반발등 상층부의 갈등을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가장 주된 것은 장례식을 연기하여, 안으로는 주민들의 추도분위기를 확산시키면서 새체제 구축을 원활히 하고 남에 대해서는 조문논쟁으로 인한 혼란을 더욱 부추기려는게 틀림없다.
사실 북한으로 볼때 요즘 남한내의 어지러운 조문소동은 기막힌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조국평화통일위를 통해 조문단의 입북환영성명을 냈던 북한은 남한정부가 이를 부허하자 「초보적인 예의범절도 모르는 비인간적인 행위」 「남한의 당국자는 짐승만도 못한 추물」이라는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이같은 북한이 보인 일련의 대남교란과 격렬한 비방등은 김정일체제가 김일성의 한반도 적화를 위한 대남혁명노선을 변함없이 견지하겠다는 신호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지고보면 김정일체제가 장기적으로는 부분적인 변화와 개방을 추구할지 몰라도 적어도 1년사이에 크게 변할 여지는 별로 없다.
남북정상회담만 해도 김정일로서는 일단 「연기」를 통고하면서도 추진해야 할 절박한 이유는 별로 없다. 그들은 이를 호도하기 위해 오히려 『남측당국이 국민의 조의표시를 총칼로 탄압했다』『정상회담을 저버리려하고 있다』고 허위주장하며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김정일체제에 대한 과잉기대를 버리고 그가 개방과 개혁정책을 적극 추진하는등,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설사 경제난극복과 국제적 고입을 벗어나기 위해 부분적이고 조심스러운 변화를 시도해도 대남혁명노선은 결코 버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 북한은 새 체제가 완전히 정착, 자신을 갖기 전까지는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없음이 드러난 이상 정부는 정상회담에 대한 미련을 훌훌 버리고 새 체제의 정돈과정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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