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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장례 연기/북 권력이상땐 핵해결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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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장례 연기/북 권력이상땐 핵해결 악영향

입력
199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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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교란」의도엔 정부,강경대응 불가피/「감정골」 깊어지면 대화중단 명분 될수도 북한이 김일성의 장례식을 오는 19일로 연기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남북정상회담의 재추진을 포함한 향후 남북관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김일성에 대한 조문이 계속 늘어나 장례식의 연기가 불가피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장례식 연기는 최근 조문시비를 겪고 있는 남한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려 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정부당국자들은 남북한 관계가 의외로 급격히 경색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우려는 친북성향을 가진 해외동포들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 정부는 당초 북한에 대한 조문움직임을 자제하는 듯하던 친북인사들이 최근들어 조문을 실행에 옮기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이러한 인사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활용하고 조직화하기 위해 조문기간을 연장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당국자는 『친북인사들의 움직임이 조직화될 경우 우리 정부로서는 부정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사태가 악화된다면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의 분위기를 복원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장례식 연기가 북한권력 내부에 심상치 않은 사태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시간벌기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 경우 극단적으로는 김정일체제에 대한 정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북한은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권력의 향배가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는 남한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고 판단되면 누가 권력투쟁에서 승리하든 전쟁에 대한 위기의식의 고취로 북한주민들을 통제하려 들 것이고 이렇게 조성된 남북대결구도는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 내부에 위기가 조성됐다면 이는 곧바로 핵문제 해결이 미궁에 빠지게 됨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제까지의 핵개발계획을 토대로 핵무기제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이 때는 배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은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할 만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장례식연기 이유에 대해 『북한이 김일성 사후에 이루어질 남북정상회담의 손익계산을 해본 뒤 세가 불리함을 느끼고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연계고리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즉 북한이 대화분위기 자체를 무효화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 북미협상의 길은 열어두면서도 남북관계에서는 감정의 골을 최대한 악용, 대화중단의 명분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을 종합해 볼때 장례식 연기가 북한의 내부위기에 따른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면 북한은 북미관계에 있어서 당장 대화의 판을 깨고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에 대한 견제를 확보한 뒤 북미 3단계회담이 재개됐을 때 핵연료봉 재처리의 불가피성등을 주장, 「핵카드」의 수위를 한껏 높임으로써 그들이 주장하는 「일괄타결」에서 한국의 개입을 원천봉쇄하려 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당국자들이 김일성 장례식의 돌연한 연기를 통해 북한이 대남교란과 한미 이간의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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