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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내린 「조문」 논쟁/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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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내린 「조문」 논쟁/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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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김일성의 장례식을 돌연 연기한다고 발표한 16일 조문단 또는 조의표명 문제를 놓고 때아닌 논쟁을 벌이던 정치권이 마침내 꼬리를 내렸다. 정확하게는 일부 야당의원들이 지난 11일 국회상임위등에서 화해·신뢰·통일·조문외교등의 근사한 용어를 동원하며 조문문제를 꺼낸지 엿새만의 일이다. 하루전까지만 해도 마치 남쪽에 무슨 「변고」나 일어난 것처럼 서로 『역사를 망각한 언동』 『매카시즘의 부활』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늘어놓으며 이전투구를 계속하던 여야가 뒤늦게 나마 목소리를 낮춘 이유를 짐작키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세계권력사에 장례식 연기라는 또 하나의 진기록을 남기며 북한내부체제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판에 진탕같은 싸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을 것이다.

 또 전범을 말하거나 통일을 논하거나 그 출발은 당연히 새로운 북한체제의 성격과 앞날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어야 하는데도 엉뚱한 소모전만 벌이며 국민들의 관심을 오도해온 도착적 현상을 뒤늦게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조문논쟁은 전혀 확대일로로 치달을 사안이 아니었다. 야당은 남북신뢰구축을 위한 전술적 차원에서 신중하게 조문문제를 꺼내고 정부가 여러 남북변수를 감안,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문답이 매끈하게 끝날 사안이었다. 하지만 조문을 보는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미처 헤아리지 못한 발언당사자들은 조문문제를 통상적인 추궁의 대상으로 잘못 인식, 파문이 계속되는데도 마치 오기를 부리듯이 조문주장을 밀어붙였고 이에 여당은 사상적 결백성을 훼손당하기라도 한듯 특정의원을 「제물」로 삼으려는 과감성까지 보였다.

 어쨌든 조문파문은 수그러드는 느낌이지만 이번 일을 통해 되새겨야할 교훈은 적지않다. 그 첫째는 민족적 과제해결에 있어 중심축이 돼야할 정치권이 전환기의 북한을 냉철하게 보려는 노력을 팽개친채 오히려 우리사회의 이념적 취약성만 더욱 부각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바로 정치권의 전반적인 지도력부재로 직결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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