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경계령 등 대통령 거명 비난/간접비난 형태… 수위억제 흔적/정부 “정상회담 「분위기조항」 관련 예의주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이 타결된 뒤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의 대남전위기구와 방송들이 김일성의 장의기간에 조금씩 대남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와 함께 14일에는 이하일당중앙군사위원을 비롯한 군고위급들이 잇달아 방송에 출연,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등 후계자로서 김정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선전작업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일원등 관계당국은 북한이 김일성사후 대내적 결속작업의 일환으로 비난을 재개하는 것인지, 또는 김정일정권출범이후 대남정책이 강경쪽으로 선회하는 신호탄인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은 지난14일 조평통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 조문단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15일에는 한국민족민주전선 대변인 담화를 발표, 우리측의 군특별경계령등과 관련, 김영삼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민족적 양심이 있다면 북의 불상사를 계기로 불순한 야망을 품지 말고 조의를 표시하는 예의부터 보여 주어야 할 것』이라고 극렬한 어조로 비난했다고 북한관영 중앙방송이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합의서가 채택된 이후 우리측 대통령을 직접 거명, 비난한 것은 한민전담화가 처음이다.
통일원은 그러나 이날까지 북한방송의 보도태도가 아직은 「간접비난」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위험수위」를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은 이날까지의 대남비난이 북한측이 직접 나선 것이 아니고 「남조선 인민」들의 입을 빌리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민전(또는 민민전)은 북한측이 통혁당의 후신으로 남한내 지하조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유령단체. 이 단체는 지난12일에도 산하 「구국의 소리」방송을 통해 우리측의 군특별경계령을 비난한 적이 있었다. 이 단체는 평양시 흥부동에 칠보산연락소등을 두고 남한출신 인사를 동원, 가장 극단적인 대남흑색선전을 벌이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남조선국민」의 여론을 대변한다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14일밤에는 관영 중앙방송도 「의로운 소행」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보내 우리측 대학가와 경실연의 움직임을 『찬양받을 만한 일』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자들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는 청년학생들과 인민들을 탄압하지 말고 조문객들의 북행길을 가로막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중앙방송은 이 논평내용에 남한당국을 직접 비난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조문객들을 환영한다는 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도 우리당국에 대한 비난내용은 자제돼 있고 남측 조문단에 대한 신변안전과 편의제공을 약속하고 있을 뿐이다. 과거 조평통의 담화, 고발장등과 비교해볼 때 이례적일 정도로 비난공세의 수위를 억제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상회담 합의서 타결 이전에 중앙·평양방송등 관영방송들이 우리측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비난하던 수준으로는 아직 고조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일성사망과 관련한 우리측 동향을 처음 보도한 것은 지난 12일 평양방송으로 서울의 재야인사들을 거명해 가며 『남조선인민들도 비통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
통일원은 북한측의 선전공세가 12일 평양방송의 연장선상에 머물러 우리측 일부 계층을 선동하는 한편 조문열기를 김정일체제 옹립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이용하려는 「제한전」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합의서에 「정상회담을 위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는 많큼 향후 북한 대남기구와 선전매체들의 동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현재의 추세가 직접적인 대남비난의 수준으로까지 강화될 경우 김정일체제하의 대남정책이 강경선회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예의주시중』이라고 말했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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