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아이언스에게는 흔히 「정통파 배우」라는 평가가 붙어다닌다. 집적회로를 연상케하는 복잡미묘한 연기력을 소유하고 있는 그는 대니얼 데이 루이스와 함께 영국출신 연기파배우의 계보를 잇고 있다. 국내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은 롤랑 조페감독의 명작 「미션」(86년).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 크리스 멘지스의 카메라등이 총체적으로 앙상블을 이룬 이 작품에서 그는 남미의 오지에서 순교하는 신부로 출연한다. 천상의 구제와 지상의 구제를 동시에 묻는 이 서사시적 영화에서 아이언스는 로버트 드 니로와 호흡을 맞추며 천상과 지상의 표정이 혼합된 신비스런 연기력를 보여준다.
「미션」에 앞서 그가 존재를 과시했던 영화는 볼커 쉘렌도르프감독이 84년 만든 「스완의 사랑」. 19세기 부호의 아들이며 미술에 조예가 깊은 상류사회 멋쟁이로 등장한 그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톡톡 옷에 묻은 먼지를 터는 귀족의 모습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92년 스티븐 소더버그감독의 작품 「카프카」는 지적인 그의 연기언어가 만개한 영화다. 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연상케하는 이 작품에서 그는 과학문명과 관료주의에 대한 비관, 타오르는 창작열에 고뇌하는 문학인의 모습을 어둡고도 무게있는 색깔로 표현하고 있다.<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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