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공백 열흘이상 방치에 의문/비밀리 회의소집… 발표만 늦춘듯/추모기간중 선출이 공산권관례… 장례직후 공표예상 김정일체제는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국내외의 공식승인을 받게 될 것인가. 김정일이 김일성사후의 북한권력을 완전 장악했다는 사실은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나 이를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진행돼야 할 「정치 스케줄」이 적지 않다. 김정일체제의 공식출범은 내부조율이 이미 마무리된 관계로 일사천리로 진행될 「형식적 절차」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가원수에 해당되는 국가주석직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토록 북한 헌법에 규정돼 있으며 노동당 총비서직은 당규약에 따라 중앙위원 전원회의에서 지명된다. 따라서 김정일이 국가주석과 당총비서라는 공식직함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대의원 수가 6백87명인 최고인민회의와 2백70명의 정·후보위원으로 구성되는 당중앙위전원회의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시점은 장의기간이 끝나는 17일 직후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국가주석과 당총비서직에 대한 「유고」조항이 없는 북한의 권력구조를 감안할 때 초유의 권력 공백상태를 열흘이상 방치할 만큼 김정일이 자신의 입지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이미 비밀리에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열려 당총비서로 선출됐고 국가주석직에도 내정됐으나 북한주민의 정서를 감안해 추모기간이 끝나는 17일 이후에 발표할 것이라는 세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평양방송등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김일성의 호칭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이라는 수식어를 빼버리고 대신 『수령의 유일한 후계자인(김정일) 지도자 동지를 「당과 국가, 혁명무력의 최고 수위」에 높이 모시게 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김일성의 사망소식을 제일 먼저 전달받은 중국의 이붕총리도 지난 13일 북한대사관을 방문해 김정일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새 지도자』라고 호칭한 바 있다.
이처럼 전임지도자의 추모기간에 후임자를 선출하는 사례는 공산국가에서 전례를 볼 때 당연한 관례처럼 돼 있다. 지난 82년 11월10일 집권 18년만에 브레즈네프구소련공산당서기장이 사망했을 때 소련은 26시간30분 뒤 이를 공식 발표하고 발표후 3일간을 추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추도기간인 12일 당중앙위 전체회의를 열어 브레즈네프를 위한 1분간의 묵념만을 가진 뒤 새 서기장에 안드로포프를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이는 중앙위 전체회의 소집 이전에 정치국원등 핵심들이 모여 안드로포프를 내정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15개월 후 84년 2월 9일 다시 안드로포프서기장이 사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련은 사망 22시간 후 이를 발표하며 추도기간을 14일까지로 정했다. 그러나 13일 곧바로 당중앙위 전체회의를 열어 체르넨코를 후계자로 공식 선출했다. 이어 13개월 후인 85년 3월 10일 체르넨코서기장이 타계하자 소련은 19시간 후인 이튿날 이를 발표했고 사망발표가 나간지 4시간만에 새 서기장으로 고르바초프가 선출됐음을 공표, 전세계를 아연케 했다.
따라서 스탈린이나 중국의 모택동처럼 사망직후에 주변의 권력암투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추도기간에 새 서기장을 선출해 놓는게 과거 공산주의국가들의 관례였던 것이다.
특히 이같은 조기선출은 새 지도자가 전임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외국 대표들과 회담을 갖는 「조문외교」 또는 「상가외교」를 가능케 했다. 북한의 경우에도 이미 당차원의 전원회의를 열었으며 김정일을 당총비서와 국가주석내정자로 선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한편 국가주석직을 원로에게 할당하는 일종의 과도체제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북한의 정치논리인 「김일성수령 유일지도체제」에 길들여진 후계자그룹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정일은 국가주석의 취임을 통해 당의 「기초원론」을 천명한 뒤 북한의 정권창건일인 9·9절 기념사를 통해 「세부적 각론」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이후 3개월간의 소집공고기간에 내부적 정리작업을 마무리한 후 10월중순 노동당대회에서 당의 정강정책등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국내외에 선포할 것이라는 게 북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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