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타임땐 사고대비 긴장에 “전장 방불”/“동서울 변전소 이상” 한때 원인파악 소동 2주일째 계속되는 가마솥 더위로 전국이 지글지글 끓는 요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중앙급전소는 팽팽한 긴장으로 바깥날씨보다 더 무덥다.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처하고 빈발하는 전기공급사고를 응급처치하느라 모든 직원들이 잠시도 한눈을 팔 새가 없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 20명의 시선은 중앙에 설치된 대형 디지털보드에 박혀 있다. 근접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이 금방 폭발할 것만 같다. 이런 긴장은 하오 2시를 넘어서면서 디지털보드에 하나 둘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전쟁터로 반전된다.
『팔당댐, 팔당댐. 방류량을 10% 더 늘려 생산을 증가하라』『부산변전소는 송전을 현재의 80%로 줄이고 대구변전소의 송전을 받도록…』
빨간 불이 켜지는 순간 직원들의 눈길은 컴퓨터로, 손은 전화로 향한다.
하오 3시를 전후해 이곳저곳에 빨간 불이 한꺼번에 켜질 때는 전화로 지시하는 소리가 커지면서 직원들의 얼굴에 땀이 맺혔다. 피크타임인 하오3시22분께 비상사태가 시작됐다. 상황실의 불이 나간 것이다. 근무자들이 잠시 어리둥절하는 사이 비상발전기가 즉시 가동되면서 불이 다시 들어왔다. 전 근무자의 시선이 디지털보드로 향했다. 동서울변전소에 빨간 불이 켜져 있었다.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동서울변전소 이상으로 엄청난 혼란. 빨리 원인을 파악하라』
뒤이어 주변 15개 변전소도 작동을 않는다는 급보가 들어왔다. 위층에 있던 간부들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 내려왔다.
원인파악과 사고복구를 지시하는 고함소리가 귀청을 찢었다. 20여분후 덤프트럭이 고압전선을 끊어 일어난 사고원인이 판명되자 일순 안도의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소동은 하오6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중앙급전소는 제주도등 도서지방을 제외한 전국의 발전소와 대형변전소를 컴퓨터통신망으로 연결해 전기수급을 총지휘하는 사령탑.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지역별 전력수요와 이에따른 공급상황을 일일이 체크해 해당발전소와 변전소에 전력생산과 송전을 지시한다. 공급능력과 전력사용량, 예비전력과 예비율등 전국의 전력공급현황외에 원자력발전소 9기를 포함한 수력·화력발전소 2백30곳의 발전량과 1만5천4백급 이상의 대형변전소 41개의 송·변전상황이 대형디지털보드에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 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계통복구를 위한 충원지시를 내려 전국의 원활한 전력살림을 꾸려간다.
중앙급전소측은 『지역별 시간대 기온과 사용예상치를 접목시켜 산출되는 예상량은 날씨의 갑작스런 변화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평균적중률은 90%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희갑운영부장(51)은 『생산과 동시에 소비돼야하는 전기를 실제사용량에 비해 높게 생산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고, 생산량이 부족해도 안되는 일이므로 예상전력량을 산출하는것이 중앙급전소의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염영남기자>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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