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안좋은」 이붕도 경의표시/“대안없다” 인식 군부까지 합세 중국의 이붕총리가 지난 13일 북경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조문하면서 김정일을 「새 지도자」로 호칭하고 경의와 안부를 전해 줄 것을 주창준 주중대사에게 당부한 사실은 김정일 후계체제의 안정과 관련하여 중국지도부 내에 합의가 이루어져 가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붕총리는 지난 9일 김정일 권력승계를 시사하는 조전에 강택민 교석등과 함께 서명했지만 당시 유럽순방 중이어서 조문작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또 독일언론과의 회견에서는 조전내용을 반복하면서도 김정일 권력승계 시사대목을 빼버려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이총리의 조문 사실을 전하는 신화통신의 보도는 영문과 중문이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영문기사는 이총리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에게 『경의와 안부를 전해 달라』고 주대사에게 말하자 주대사가 『김정일의 지도 아래 북한인민이 슬픔을 힘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인민일보등 중국의 주요 언론에 게재된 중문기사는 이총리가 주대사에게 조의를 표하자 주대사가 「김정일의 지도」 운운했고 그제서야 이총리가 『김정일동지에게 경의와 안부를 전해 줄 것』을 당부했다는 것으로 돼 있다.
이붕총리의 자세는 지난 11일 북한대사관 조문시 『김정일동지를 우두머리로 한 노동당 중앙에 단결하여』라고 말하는등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적극 지지한 강택민총서기와 다를 바 없다.
한중수교 이후 김정일과 가장 사이가 안좋은 중국지도자중 하나로 꼽히는 이붕총리가 경위야 어쨌든 그를 지도자로 인정하는 시사를 한 것은 중국지도부 내에 김정일 권력승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반도의 안정이다. 김일성이 사망한 지금 한반도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안정이 긴요하며 북한의 안정을 위해서는 순조로운 권력승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순조로운 권력승계를 위해서는 군부가 구심점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김정일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으며 군부 스스로도 그런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군부는 북한의 군부와 상당히 긴밀한 교류를 해왔으며 김일성사망 이전부터 김정일 후계체제에 대해 거부감이 적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화청 중국군사위 부주석은 지난달 6일 중국을 방문한 최광 북한인민군 총참모장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북한의 인민과 군대는 세대를 이어 전해야 할 깊은 우의관계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같은 달 28일 북한을 방문, 김일성과 만났던 왕극 심양군구사령관도 『북한인민과 군이 김일성주석과 김정일 최고사령관의 영도하에 커다란 성취를 이룩했음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고 찬양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세습체제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중국지도자들 중 군부관계자뿐이다.
결국 김정일 권력승계에 대한 중국지도부의 컨센서스는 북한군부의 김정일에 대한 발빠른 충성표시와 이에 대한 중국군부의 적극적인 평가등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강택민의 김정일 방중요청설은 김정일이 아직 공식적으로 당총비서와 국가주석 자리에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거가 희박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새 지도자로 김정일을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보다 확실해지면 초청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약속한 강택민의 입장에서 보면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서도 먼저 북한 최고지도자를 빨리 중국으로 불러들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방중은 김정일이 내부적으로 권력을 확고히 했다는 자신이 섰을 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자신의 취약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서둘러 중국을 방문하는 모험을 강행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북경=유동희특파원>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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