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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 북경제개방/한반도 문제전문가 호 앤드루 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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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 북경제개방/한반도 문제전문가 호 앤드루 맥교수

입력
199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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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회복·체제단속 싸고 선택딜레마 호주 캔버라국립대학의 앤드루 맥교수(국제관계)가 파리에서 발행되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13일자에 「경애하는 후계자, 운이 다한 독재체제를 물려받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맥교수는 「아시아, 일촉즉발의위기. 안보와 한반도」의 저자로 한반도문제 전문가다. 기고내용을 요약한다.

 북한주석 김일성 사후 베일에 싸인 김정일은 일가족 왕조체제를 계속해 나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는 좋은 소식일까 아니면 나쁜 소식일까. 아니면 별 차이가 없는 일인가?

 김정일에 대한 소문은 많다. 그러나 도움이 되는 것은 거의 없다. 그의 여성편력이나 변덕, 허영기, 우울증등에 관한 낡은 이야기들은 상당부분 남한에서 나온 소문이 돌고돈 것이다. 이런 소문들은 북한사람이 아니고는 거의 만나보지 못한 그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가 거의 없다.

 우리는 이른바 「경애하는 지도자」가 20년 이상 후계자 수업을 쌓아 왔음을 알고 있다. 그는 지난 80년대 여러 테러활동에 연루됐으며 지금은 핵무기 비밀제조계획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공교롭게도 경제개혁을 위한 잠정적인 조치들과도 관련이 있다.

 외부세계는 핵문제를 우려하고 있지만 북한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다. 이 나라를 40여년간 이끌어온 원칙은 이른바 「주체」 사상이었다. 이는 김일성의 무오류성 원칙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이다. 90년대가 되면서 경제가 거의 파산위기에 처한 것은 주체사상 탓이지만 위대한 수령으로서는 주체사상을 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정일은 주체사상에 대해 감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아버지보다 덜 열정적일 수 있다. 아버지가 사망함으로써 경제개혁을 시도하는 데 장애가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그러한 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북한경제는 90년대가 시작되면서 연간 4∼5%씩 규모가 줄어들어 곤두박질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두 자리수 성장을 계속하면서 확실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회사들이 북한을 중국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투자상대로 생각할지는 전혀 불확실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경제의 자유화는 김정일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다. 산업생산의 정체를 종식시킬 수는 있지만 동시에 체제의 권력토대를 좀먹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식 경제개혁은 경제권력을 국가로부터 실질적으로 이전시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꼭 마르크시스트가 아니더라도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북경당국이 경제적인 붐을 타고 있는 남부지역을 차츰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평양의 정책당국자들이 시장개혁이라는 아이디어를 놓고 골치를 썩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북한을 외국무역과 투자, 특히 남한측에 투자개방을 하는 것은 이 나라를 40년간 에워싸면서 그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에 대한 인식을 허용하지 않았던 은둔자적인 봉인을 뜯어내는 것과 같다. 생존을 위해서는 모든 권력과 정보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체제로서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평양은 지극히 조심스럽게 개혁을 추진해왔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장개방에 따른 불안정성의 위험을 피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 체제가 생각하는 개혁의 형태는 경제적 붕괴를 막기에는 너무 소극적이고 너무 뒤늦은 것이다. 경제는 현재 10년동안에 50%씩 감소할 정도다. 어떤 정부도 이런 식의 출혈을 무한정 견뎌낼 수는 없다.

 핵문제는 이러한 경제위기와 부수적인 연관이 있을 뿐이다. 이 체제는 핵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핵이 없다면 북한의 국제적 지위란 알바니아에 비교될 정도로 보잘 것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핵개발 계획을 동결하기 위해 현 단계에서 많은 것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이미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한 두개의 소규모 핵폭탄을 제조할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특히 미국과 남한으로부터 경제적인 그리고 기타 양보를 얻는 조건으로 핵개발 계획을 묶어두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타협은 평양이 직면하고 있는 기본적인 딜레마를 결코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다. 김정일은 아버지보다는 더 분명하게 문제를 파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도 역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근본적인 개혁을 선택하든, 계속되는 경제적 하락을 방치하든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즉 궁극적으로는 독재체제의 종언이다.<정리=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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