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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기상청/최성욱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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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기상청/최성욱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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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청직원들이 한여름에 냉가슴을 앓고있다. 예기치 못했던 52년만의 혹서로 가뭄피해가 확산되고, 전력과 수돗물사용량이 한계에 달하자 기상청을 쳐다보는 눈총이 따갑다. 그런데도 온 국민이 목타게 기다리는 비가 언제쯤 시원히 내릴지, 올해 장마는 「반쪽장마」로 끝난 것인지, 어느 것하나 제대로 예보할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특히 남부지방을 강타하고 있는 이상기온에 대해 문의전화가 빗발쳐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워낙 강해서…』라고 말끝을 흐릴뿐 원인조차 정확하게 대지못해 스스로 민망할 정도이다.

 날씨는 기상청 예보와 반대라고 매도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상청이 몰라보게 달라져 웬만한 기상이변까지 맞힌다고 「칭찬」도 들었다.

 올여름 기상예보는 초반부터 빗나갔다. 남부지방에 불볕더위가 시작된 이달초 기상청은 장마철의 반짝더위쯤으로 가볍게 치부했다.

 폭염이 전국적으로 장기간 지속되고 장마까지 실종되자 기상청은 그야말로 면목이 없어져 예보할 기분도 나지않는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기상청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 『예보 똑똑히 하라』고 주문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처산하인 기상청의 연간예산액은 고작 3백20억원. 이 돈으로 본청을 비롯, 지방기상청 지방기상대 기상관측소등 85개기관의 인건비와 관리비를 제하고나면 기상분석업무에 사용할 돈은 한푼도 남지 않는다.

 일본이 20개나 소유하고 있는 해상기상관측용 부표는 고작 하나뿐이고, 관측선박은 그림속의 떡이다. 지방기상대의 무인자동화시스템을 갖추려면 아직 멀었고, 정지기상위성이 잡은 기상자료는 한국과학기술원의 슈퍼컴퓨터를 매일 빌려 분석하고 있다. 예보전담요원도 크게 부족, 본청의 경우 28명이 4개조로 나뉘어 「혹사」당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확하고 예측이 가능한 예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기상예보의 정확도는 투자에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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