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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한인2세/“이젠 성인” 제몫찾기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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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한인2세/“이젠 성인” 제몫찾기 열정

입력
199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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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시·다낭 등 2천명선 거주/직업훈련·기술교육 “여념이 없다” 베트남의 한인 2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통일 베트남이 수립된지 근 20년이 지나면서 모두 성인으로 자라난 베트남의 한인2세들은 이제 베트남사회에서 제몫을 하기 위해 저마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어엿한 생활인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도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서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베트남의 한인2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으며 그들의 희망은 무엇인지, 또 한국기업들은 베트남에 얼마나 진출해서 성공하고 있는지 그 현황을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베트남의 한인 2세들은 그들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 그 사실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베트남 사회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인으로 자리잡는 일이다. 직업훈련원에서 밤늦도록 기술을 배우고 섭씨 36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한국어를 익히느라 여념이 없다. 그들은 한국의 발전상이 베트남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아버지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통일 후에도 숙청을 자제하고 월남인들을 재교육시켜 통일베트남인으로서 살아가도록 했던 베트남정부다. 한인 2세라고 해서 특별히 감시·관리하며 차별정책을 쓰진 않는다. 때문에 베트남의 한인 2세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통계도 없고 정확지도 않다. 과거 폐쇄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정치·사회적으로 상류층에 이르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게 사실이지만 개방정책의 가속화로 한인 2세들도 이젠 과거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베트남에서 한인 2세들을 교육하고 있는 인사들은 베트남 한인 2세의 숫자는 그동안 알려진대로 2만명 수준은 결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4∼5년전부터 한인 2세 지원을 위해 한인 2세들을 찾는다는 TV광고까지 여러차례 내보았으나 현재까지 파악된 한인 2세는 호치민시등 남부지역에서만 약 7백여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퀴논 나창 다낭등 중부지역에도 상당수 한인 2세들이 있다고 해도 베트남의 한인 2세는 줄잡아 1천5백명에서 2천명 정도가 고작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그동안 직업훈련에 치중해온 한인 2세들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앞으로는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75년 베트남 통일직전 태어난 「막내 한인 2세」들도 이제 19세의 성인으로 성장한 만큼 지원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상당수 한인 2세들이 직업교육을 이수,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직업교육이 필요한 한인 2세들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지원방안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관계자들은 교육의 기회가 충분치 못한 베트남에서 한인 2세들이 충분하고도 질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지원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이 장학재단이 한인 2세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베트남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노이의 휴먼직업기술학교에서 한국어와 오토바이정비를 배우고 있는 카오 치 쿠안군(22)은 『한국에 있는 아버지가 가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만나면 더욱 좋겠지만 내 힘으로 베트남에서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돼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쿠안군의 말은 베트남의 한인 2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한인 2세들은 이제 더이상 감상적인 동정의 눈길만으로 자신들을 보아주길 원하지 않는다. 그들도 이제 자기 힘으로 일어서야 할 어엿한 어른이기 때문이다.<호치민=황상진기자>

◎장학재단 설립 등 다양지원책 시급/“한국인 자긍심” 심게 질높은 교육 도움줘야

 한인 2세들에 대한 직업교육등 한국의 지원은 주로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지난 89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활동중인 한인 2세 직업교육기관은 감리교베트남복지후원회가 후원하는 휴먼직업기술학교와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운영하는 한베 친선기술학교등 두 곳으로 모두 하노이에 있다.

 지난 90년부터 활동해온 휴먼직업기술학교는 지금까지 3백30명의 한인 2세를 배출했고 현재 3백20여명이 한국어 영어등 외국어교육과 컴퓨터 자동차정비 보석가공 전기·전자수리 미용등 9개부문의 기술교육을 받고있다. 한베 친선기술학교에서도 약 30여명의 한인 2세들이 학습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휴먼직업기술학교 운영을 맡고 있는 김영관목사(52·안양감리교회 목사)는 『지금까지 파악된 한인 2세들의 수를 감안할 때 앞으로 2∼3년내에 직업교육은 종료될 것이다』며 『이제 한인 2세 지원사업은 고차원적이고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돼야 하며 여기서 소외받고 생활에 어려움이 많은 베트남인들에 대한 지원사업도 확대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베 친선기술학교의 김복남목사도 『한인 2세 지원사업은 이제 직업교육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장학재단과 같은 형식을 통해 베트남인들은 물론 한인 2세들이 더 차원높은 교육을 받아 베트남사회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간직한 베트남인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하노이=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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