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GDP 2백20달러/“있는것도 없는것도 없다”/인구 4,300만명… 아라비아 숫자 안쓰는 군사통치국 미얀마의 거리를 보면 이 나라의 빈곤과 역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1백년간 영국식민지를 경험했으면서도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우측통행을 하는 미얀마의 도로는 아직 한산하다. 아라비아숫자를 사용하지 않아 외국인이 숫자를 읽을 수 없는 나라. 이처럼 강한 자존심에도 불구하고 세계각국의 오른쪽 왼쪽 핸들차량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보면 빈곤의 현주소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치마모양의 전통의상 론지를 입은 남녀 승객들이 빽빽이 들어차있는 한국산 중고버스에는 아직도 「구파발」이라는 행선지 표시가 뚜렷하다. 픽업을 개조해 만든 합승택시에도 승객들이 포개져 앉아있다. 달리는 것이 몹시도 힘겨워 보인다. 그 옆을 다른 세상에서 온 것같은 벤츠나 도요타가 미끄러지고 있다.
미얀마 일반근로자의 임금은 월20∼25달러수준. 공무원은 급여외의 다른 생필품편의를 제공받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6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상류층의 한달생활비는 가족당 3백달러 정도라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빌려주는 고급주택의 한달 임대료는 1천3백달러수준. 88년 시장경제 전환이후 형성된 일부 부유층은 이런 고급주택을 여러채 갖고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2∼3년전만 해도 영국제 위스키인 조니워커 레드가 최고의 선물이었지만 지금은 옛날얘기다. 요즘의 상류층은 이보다 비싼 조니워커 블랙에도 시큰둥하다.
수도 양곤에서 근무하는 한 한국기업의 주재원은 『미얀마는 있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생필품이 극도로 부족하지만 다른 어느 구석에선 세계의 유명상품들도 유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흥 부유층들은 정부의 투자유치정책에 발맞춰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 최근까지 설립된 민간기업의 수는 5천8백여개. 특히 무역업의 인기가 높아 매월 1백50개 정도가 새로 생기고 있다. 고급주택가인 바우디예이차 지역에선 영어를 배우느라 골프장에 나갈 시간이 없다는 부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경제발전을 향한 미얀마정부의 노력은 단적으로 그들의 화폐에서 찾아볼 수 있다. 9라는 숫자를 유난히 좋아하는 미얀마에는 최근까지 50차트(차트는 미얀마 화폐단위)나 1백차트짜리 지폐가 없었다. 대신 45차트와 90차트가 있었다. 외국인들이 불편해했음은 물론이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 3월말부터 기존 화폐종류에 50, 1백, 5백차트단위의 화폐를 추가로 발행해 통용시키고 있다.
미얀마는 또 가능한한 많은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고급 호텔인 이얀 레이크호텔에 홍콩자본을 도입했고 역시 국영이었던 미얀마항공도 브루나이자본과 합작, 민영화했다. 구소련이 지은 이얀 레이크호텔은 대대적인 보수공사후 외국 일류호텔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미얀마항공도 비록 한대뿐이지만 3백석규모의 에어버스를 도입, 외국인 관광객과 투자자를 바쁘게 실어나르고있다.
미얀마 항공사 직원 탄트 신씨는 『우리는 50년대만 해도 동남아에서 제일 부유한 나라였지만 지금은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인정한 뒤『그러나 우리는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교육수준은 낮은 편이 아니다』라며 『발전속도는 정부에 달려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정부각료들로 구성된 해외투자유치위원회의 실무책임자인 카인 카인여사는『우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세금면제등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면서『우리는 많은 양질의 노동력을 갖고 있고 이들의 교육수준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미얀마 투자의 장점을 설명했다. 카인여사는『이곳에 투자한 한국업체들은 아주 만족해하고 있다』면서 『경영진들로부터 미얀마근로자들이 우수하고 훈련시키기가 쉽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이제 더이상 잠자는 나라가 아니다. 시장경제의 첨병으로 가라오케가 벌써 상륙했고 독일 지멘스등 선진기업들은 미래시장을 내다보며 무선통신사업까지 손을 대고 있다.<양곤=남재국기자>양곤=남재국기자>
□약사
1886년 영령인도에 편입
1937년 인도에서 분리, 영직할령
1948년 영연방에서 탈퇴, 완전독립
1960년 국민총선거, 우 누 정권수립
1962년 네윈군사혁명정권 수립
1971년 버마사회주의계획당 결성
1974년 사회주의연방공화국 선포, 네윈대통령 취임
1981년 네윈, 우산유에게 대통령직 이양. 당의장직만 보유·실권유지
1988년 시민시위 및 유혈사태, 소몽장군 군정장악
1990년 총선실시로 야당(NLD)이 의석 3분의2 차지. 정부, 야당활동금지. 정권인계 거부
1992년 탄쉐장군 국가법질서유지위 의장 겸 군사령관 취임
<개황>개황>
▲정부형태: 군사정부(국가 법질서유지위원회),현재 헌법성안중.
▲1인당 GDP:2백20달러(이하 93년기준)
▲물가상승률:18.6%
▲실질성장률:10.9%
▲외채:56억달러
▲인구:4천3백만명
▲언어:미얀마어,영어통용가능
▲기후:열대성 몬순기후
▲종교:불교(86%) 회교(4%) 힌두교(4%)
기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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