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상표 허용/대남비방 중단/정상회담 희망/북미협상 의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상표 허용/대남비방 중단/정상회담 희망/북미협상 의욕

입력
1994.07.15 00:00
0 0

◎북 잇단 유화몸짓 배경뭘까/“김일성유업” 명목 체제안정 포석/서방기술 도입·경협유도 속셈도 북한이 김일성의 장례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핵협상및 남북정상회담등 주요 대외문제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 그 속셈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북한의 이같은 대외 온건자세는 또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의 대외정책을 전망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되고 있다.

 북한은 북미3단계회담 도중 김일성의 사망으로 회담을 중단했지만 장례가 끝나는대로 회담을 재개하기로 미국과 선선히 합의했다. 북한은 또 25일로 예정됐었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우리정부에「취소」가 아닌「연기」의사를 통보해와 언제든지 재추진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놓았다. 북한이 장례식직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는 외신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북한이 김일성 사망을 공식 발표한 직후부터 대남비방 방송을 즉각 중단한 사실과 군사적 활동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김정일이 최근 몇년간 남한 기업인들을 직접 만났으며 북한에 반입된 한국상품에 한국상표부착을 허용했다는 외신보도들도 그의 대외정책전망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소 의외로 보이는 북한의 이같은 대외 유화 제스처 배경과 속셈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있다.

 우선 김일성사후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이 체제의 조기안정을 위해 김일성이 추진했던 정책범위 내에서 기민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윤덕민교수는『김정일은 김일성이 체제유지의 돌파구로 설정한 북미3단계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2개의 장치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성 사후 그의 카리스마를 체제유지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김일성의 유업을 이어받을 필요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김일성이 추진한 북미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적극적인 분석도 있다. 즉 미 일 중 러등 서방세계가 북한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김정일후계체제의 조기안정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을 십분 활용, 김정일정권의 국제적 인정을 얻어내고 나아가 미 일등과의 수교등 국제적 고립탈피까지를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클린턴미대통령과 무라야마 일총리가 조의를 표해온 것에 크게 고무돼있는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남북정상회담은 남과 북 양쪽에 김정일이 북한의 지배자임을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는 만큼 이를 북미회담의 보조적 수단으로 여겼던 김일성보다 오히려 김정일이 더 적극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함께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이 북한주민들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위해서는 경제난의 극복이 시급한 과제인데 체제에 위협이 되지않는 범위내에서 남한과의 경협, 서방자본및 기술의 도입을 통한 경제개발에 조기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군사적 긴장완화및 군사비 절감, 미 일등과의 수교등이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물론 아직 김정일이 핵개발포기를 전제로한 유연한 대외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속단(유세희한양대 중소연구소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일성 사후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여건속에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서 핵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김일성 사후 권력을 재정비하는 동안 핵문제등과 관련해 외부세계의 압력을 피하기위해 일시적으로 시간벌기식 유화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북미3단계회담에서 북한이 어떠한 자세를 취할지가 핵문제를 포함한 김정일의 대외정책을 판단하는 일차적 바로미터가 될 것이지만 북한이 장례중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외자세를 견지하고 있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들이다.<이계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