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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장례후에나 주석승계”/평양주재 러대사관원 익명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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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장례후에나 주석승계”/평양주재 러대사관원 익명통화

입력
199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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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보도 이상하리만치 차분/애도주민 진심은 아무도 몰라” 본보 모스크바주재 이장훈특파원은 지난 12일밤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의 한 외교관과 전화접촉을 갖고 김일성 사후 평양의 표정과 김정일체제로의 부상과정을 일문일답을 통해 알아 보았다. 현재  평양으로 연결되는 국제전화선은 러시아대사관등 극히 일부로 제한되어 있다. 전화로 연결된 러시아대사관의 이 외교관은 익명을 요구했다.

 ―현재 평양의 표정은.

 『전국 곳곳에서 추모모임이 열리고 있으며 김일성동상 앞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울고 있다. 그러나 거리는 조용하고 정상적인 모습이다. 상점이나 식당도 모두 영업 중이며 지하철이나 버스도 정상운행되고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매우 엄숙하면서도 조용하다. 일반인들의 생활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방송보도는 어떤지.

 『이상하리만치 정상이다. TV에서는 김일성의 투쟁역사와 승전, 경제발전에 기여한 모습등을 담은 각종 찬양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다. 김정일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내용의 선전물도 방송되고 있다. 라디오에서도 김일성 회고록이나 어록들과 함께 김정일 찬양노래가 나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사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위대한 수령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만 말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이 평양주재 각국대사들의 조문을 받았다는데.

 『파데예프 러시아대사등 각국 대사들이 지난 11일 조문했다. 김일성의 시신이 들어 있는 유리관 앞에는 김정일과 여동생 김경희, 오진우 인민무력부장등이 서있었다. 이들 뒤에는 당 고위간부와 군 고위장성들이 도열해 있었다. 모든 대사들이 관 앞에서 조의를 표하고 지나갔는데 중국대사는 다른 국가대사보다 오랫동안 관 앞에서 서 있었으며 조의도 더 깊게 표시하는 것 처럼 보였다』

 ―북한군의 움직임은.

 『특이동향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이 시간 현재 출동한 부대는 없었으며 평시보다 오히려 더 조용한 것 같다. 아주 정상이다』

 ―김정일의 주석직 승계는 언제 쯤이 될지.

 『장례식이 끝나는 17일 이전에는 주석직에 오르지 않을 것 같다. 17일 이후가 될 것 같다. 현재 평양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한 어떤 회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임이 있다면 단지 김일성 사망과 관련된 것 뿐이다』

 ―김정일은 향후 어떤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는가.

 『아직은 알 수 없다. 주석직에 취임한 직후의 말과 행동에서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직후의 행동에 모든 사람의 관심이 쏠려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은 언제쯤 열릴 것인가.

 『남북 고위급회담의 북측연락대표인 김용순이 열릴 것이라고만 했고 언제 열린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언제 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없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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