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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망 충격」 벗고 평온 되찾아/본보기자 민통선마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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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망 충격」 벗고 평온 되찾아/본보기자 민통선마을 스케치

입력
199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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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속 농사열중 긴장감씻어/“모처럼 통일기운 위축없어야”/툭하면 사재기 도시인의식 꼬집기도 【철원=김성호기자】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 안에 있는 강원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마을은 여느농촌과 같이 평온했다.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친 13일 하오 주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벼 병충해방제와 버섯재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북한땅과 불과 5떨어져 있어 주민들의 긴장과 동요가 심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이곳은 중부제일의 곡창지대 철원평야의 일부로 93가구 3백5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휴전후 북한주석 김일성이 철원평야 대부분을 차지하지 못해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해질만큼 기름진 땅이다.

 김일성 사망소식이 알려진 9일에는 이곳 주민들도 깜짝 놀랐다. 대처의 가족과 친척들로부터 『별일 없느냐』는 안부전화가 쇄도, 다소 불안하기도 했으나 이내 정상을 되찾았다.

 주민 장홍집씨(36·농업)는 『처음에는 놀랐던 주민들이 바로 평상심을 찾은 것은 안보불감증 때문이 아니고 면역이 됐을 뿐』이라며 『우리마을의 반공정신은 어느곳보다 투철하다』고 강조했다.

 2만여평의 논농사를 짓고있는 이한성씨(36)는 『김일성 사망으로 오랜만에 조성된 통일의 기운이 사그러들지 않을까 우려됐다』며 『김정일체제를 상대로 남북정상회담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씨 곁에 있던 주민은 『김일성이 사망했으니 남북이 그동안 품어온 상호불신을 훌훌 털어내고 통일의 그날을 앞당겨 양지리가 하루 빨리 「금단의 땅」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막내아들이 군복무중이라는 마을 토박이 김옥순씨(56·여)는 『전·후방에서 늠름한 장병들이 철통같이 지켜주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하면서 『양지리는 비록 접적지역이지만 툭하면 사재기하는 도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양지리의 평온함을 입증하듯 이곳에서 북방으로 3정도 떨어진 중부전선의 경계태세는 섭씨35도의 폭염 속에서도 물샐틈이 없었다.

 제2땅굴 전망대에서 바라본 1전방의 북녘땅은 한여름 하오의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1시간에 2∼3차례 하던 대남비방방송은 김일성사망후 3∼4시간에 한번꼴로 크게 줄었다. 내용도 김일성부자의 업적자랑과 대남비방이 주류였으나 2∼3일전부터 김정일우상화 일변도로 급변했다.

 정봉용대위(31)는 『비상경계령이 내려졌지만 중부전선은 사시사철 비상』이라며 『추호의 도발도 즉각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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