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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로버트 메닝 특별기고/한미일 「북 끌어안기」공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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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로버트 메닝 특별기고/한미일 「북 끌어안기」공조를

입력
199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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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해결·개방 유인위해 경제원조 등 필요 미국이 북한과의 핵협상을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 북한주석 김일성이 사망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에 불확실성이 더해가고 있다.

 김정일을 정점으로 하는 북한의 새지도체제가 얼마나 지속될수 있을지 판단하기에는 때가 이르다. 하지만 북한의 새 지도부는 향후 수 주일안에 북한체제의 개방여부와 직결된 두가지 중요한 시험을 치러야 한다.

 북한은 우선 영변의 물탱크에서 냉각되고 있는 연료봉 처리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이들 연료봉을 재처리키로 결정한다면 이는 김정일 체제가 남북 비핵화선언을 파기함은 물론 서방세계와의 정면대결을 불사키로 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것이다.

 둘째, 북한은 김일성의 장례식으로 연기된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회담의 재개여부를 결정해야한다. 절대권력자가 사라진 북한에서 대외개방과 직결된 이문제를 결정하려면 지도부에서 토의과정을 거쳐야 할것이다. 북한의 새권력구조 안에서 김정일의 권위가 어느정도 확고한지는 현단계에서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그에게 도전할만한 조직적인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남북및 북미회담에 다시 응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곧 김정일의 결정으로 봐야하며 이는 그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개방노선을 선택했다는 증거가 될수 있다. 한국 미국 일본등 우방국들은 김일성의 장례식에 이어 김정일의 권력승계작업이 진행되는동안 북한지도부가 실제 개방과 북핵문제와 관련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기 위한 공동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들3국은 북한이 핵문제 및 체제개방과 관련한 정책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만큼 포괄적이고 너그러운 대북유화책을 마련해야한다.

 한국으로서는 남북비핵화 선언과 북한과의 화해 협력정신에 따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긴장완화에 성의를 보이는 경우 그들에게 경제원조를 제공하고 북미 북일수교를 측면 지원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전세계적 핵 비확산운동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있는 북핵문제가 북한 지도층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단계적인 대북유인책을 이용해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해야한다. 특히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의 방북경험을 살려 북한이 핵동결 약속을 이행하는 초기단계에서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북한파견 경제제재해제 연락사무소개설 CNN지국의 개설허가 식량원조제공등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북측에 제공해야한다. 양국간의 완전한 국교정상화는 핵문제와 미사일 수출문제, 화생방무기생산 및 비축금지문제등의 타결과정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추진해 가야 할것이다.

 일본정부도 대북관계 정상화 및 경제개발계획과 연계된 경제원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제의 북한점령에 대한 일본의 대북 배상금을 세계은행에 맡겨 부흥자금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김정일은 일부의 분석대로 포르노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이전의 세대와는 달리 비디오와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하이테크 지도자」라는 평가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또다른 사실은 북한 정권내의 핵심그룹에 개혁 개방주의자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5년동안 북한이 취해온 경제개발과 관련된 조치들, 특히 경제특구의 설치나 외국인투자및 외환관리법등의 도입과정에 김정일이 관여했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다. 또 최근의 대미 핵협상에도 김정일이 어떤 형태로든 관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일성이 이런 모든 조치를 혼자서 추진했을리는 만무하며 김정일이 그런 과정에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북한의 대미핵협상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북한 권력층 내부에는 우수한 전문 관료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일의 지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도자에게는 고급인력을 제대로 관리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일체제의 등장을 놓고 『로널드 레이건전미대통령이 머리가 좋아서 국민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 않는가』라는 농담이 오가고 있다. 이는 맞는 말이다. 지도자가 반드시 천재일 필요는 없다.

 현재로서는 김정일과 그의 주변에 포진한 세력들의 성향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들이 만일 개혁지향적 인사들이라면 오래 뜸들이지 않고 외부세계와의 동화과정에 참여하려할 것이다.

 한 미 일 3국은 김정일체제의 등장에 따르는 시간을 이용해 그들의 개방의지를 테스트한 뒤 그들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도록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정리=이상석워싱턴특파원>

□약력

▲진보정책연구소(PPI) ▲선임연구원 전국무장관실 정책보좌관 ▲US뉴스 엔드 월드 리포트,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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