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따라 정책 혼란” 추궁/“외교 흑백분류는 곤란” 답변/외통위/“김 사망 인지시각 언제인가”/“우방과 협력 정보능력 강화”/정보위▷정보위◁
개정국회법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에서 구성된 국회정보위는 12일 첫 회의를 열고 김일성사망과 관련한 안기부의 대북정보능력부재를 도마위에 올렸다. 핵문제나 남북정상회담 등의 현안을 맞아 남북간의 「정보긴장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었는데도 안기부가 과연 북한내부의 「대변란」을 충분히 감지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런 질책분위기를 사전 감지한 듯 김덕안기부장은 정보위 첫 출석의 인사말을 통해 『북한변화에 대한 우리의 판단과 대응에는 결코 조급함이 없는 신중성과 편향없는 균형감각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말로 자락을 깔았다. 김부장은 또 『민주사회에서 요구되는 「절차적 투명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정보업무의 「밀행성」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요구를 슬기롭게 조화하는 문제는 정보업무를 다루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여야의원들은 김정일의 인물성향을 보고받고 그의 최근 동정을 담은 영상자료를 시청한뒤 1시간 정도 질의를 벌였다.
신상우위원장과 민자당의 이한동 신상식 김영균 김종호 최병열 이인제의원, 민주당의 신기하 유준상 이부영 권노갑 강창성의원등 여야중진 12명 전원이 참석한 첫 회의는 주로 『안기부가 김의 사망을 처음 인지한 시각은 언제이며 그 정보원 혹은 전달매체는 무엇이었는가』에 집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부장은 『여러 정보를 분석한 결과 8일 하오 북한내에 중대상황이 있음을 감지하고 9일 안보장관회의에 보고했지만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사항으로 추측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장은 또『북한내부의 변화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우방정보기관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모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면서 우리의 정보수집 및 관리체제를 설명하며 첫 무대를 끝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외무통일위◁
12일의 외무통일위에서는 김일성사후의 북한체제성격과 북한핵문제처리방향이 주된 관심사로 부각됐다. 특히 북한을 앞으로 계속 우리의 적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잠재적 우방국가로도 볼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여야의원과 정부사이에서 벌어졌다.
여야의원들은 북한체제의 안정성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새로운 상황전개에 따른 정부정책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남북분단과 6·25동족상잔의 장본인인 김일성이 역사무대속으로 사라졌다는 객관적 사실확인 이외에 구체적인 처방이나 중장기적 정책대안은 거의 제시되지 못했다.
이날 질의중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북한이 우리의 적이냐의 문제였다. 더욱이 5,6공 시절 국내외안보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여당의원들과 학자출신의 한승주외무장관이 국가간 「우적관계」를 놓고 주고받은 질의·답변은 난해했던 남북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노재봉의원(민자)은 『현정부의 외교정책은 무원칙하고 신뢰성이 없는 칵테일파티 외교』라며 『핵이라는 절대무기로 우리를 협박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성격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공말 안기부장을 지낸 안무혁의원(민자)도 『지금 이 시간에도 휴전선에는 1백60만 병력이 대치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우리의 적인지 여부에 대해 분명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한장관은 『모든 국제관계를 우적관계로 규정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외교관계로 봐야 하느냐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정부 특히 외무장관입장에서 꼭 적과 우방중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만을 야기시킬수 있다』고 분명한 반론을 폈다. 한장관은 또 『미국은 틀림없이 우라고 규정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외의 모든 나라를 흑백의 범주에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질문의 취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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