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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변화전망과 남북관계/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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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변화전망과 남북관계/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특별기고)

입력
199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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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까지 주류를 이루는 정보에 따르면 김일성주석의 사망원인은 자연사이고 그의 권력기반은 아들인 김정일위원장에게 넘어가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러한 틀 속에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부분이라면 크게 세 갈래다. 북한 내부의 새로운 체제는 얼마나 빨리 안정될 것이며 언제쯤이면 김일성 격하운동이 벌어지겠으며 쿠데타 성공이나 대규모 난민발생 가능성은 얼마나 큰 것인지등 내부체제의 변화전망이 첫째 관심분야다. 둘째는 국제관계, 특히 대미핵관련 협상이나 수교, 대일청구권자금 협상의 타결 가능성과 그 시기에 관련된 것이고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핵의 투명성은 어느 정도일까에도 관심이 크다. 셋째 관심사는 남북정상회담의 개시 시기와 논의의 충실성, 약속의 이행가능성, 91년의 남북한 기본합의서의 실천가능성, 국부적이나마 군사도발가능성, 통일시기와 방법에 관련된 것이다. 이상의 제반 관심사는 모두 서로 뒤엉켜 있는 문제들로 몇가지 시나리오가 상정 가능하겠으나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라면 다음과 같은 것이리라고 믿는다. 우선 현 시점에서 북한의 최우선적인 국가목표라면 「생존」의 확보다. 또 그 생존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결국 각종 정보의 교류에 따라 북한주민의 동요를 가져올 남북한간의 경제력 격차다. 그러므로 그들은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자유왕래를 크게 허용할 수 없는 입장이고, 일부 허용하더라도 정권차원의 경쟁대상이 아닌 미국이나 일본이 차라리 한국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등으로부터의 자본 및 기술도입을 선호할 터인데 이 과정에서의 장애요인은 핵투명성 문제다. 핵개발은 별다른 수단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안보를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므로 그들에게는 이것이 대내적으로는 핵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대외적으로는 핵이 있는지 없는지 애매한 상태를 통해 그들의 안보에 안정을 주면서, 미일과 수교하고 이들로부터 1백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얻어내는 방법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동시에 북한과 외국과의 긴장관계가 풀리면 북한의 개발수요를 겨냥해서 몰려들겠다는 자본주의국가나 기업들끼리 경쟁을 붙여서 협상력을 높여 나가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본구도하에서 김정일체제는 초기 몇개월은 내부결속강화 정책과 대외적 유화정책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다. 내부결속을 위해서는 군과 주민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생활필수품의 공급증대에 힘을 쏟을 것이다. 미국과의 수교협상이나 남한과의 정상회담등도 계속 추진할 것이지만 단기간에 알맹이 있는 결론은 내지 않으면서 핵개발을 위한 시간벌기에 더 주력할 것이다.

 내부결속이 어느 정도 된 후 북한체제는 중국식의 완만한 개혁·개방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완만한 개혁·개방정책으로는 심각한 경제난(식량부족·전력부족)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므로 2∼3년 이내에 또다시 개혁·개방정책 확대에 대한 요구가 드세어질 것이다. 아마 그때 쯤이면 북한의 개방·개혁파 내부에서도 급진파가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난민문제나 김일성격하운동도 이때쯤 본격화될지 모른다.

 한편 김정일은 집권 초기에 남북한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북일수교회담등을 열어 스스로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남북한 경제교류나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많이 나올 것이고 일본과의 청구권자금 협상이나 미국과의 경수로원자력발전소 건설협상이 타결되면 더욱 장밋빛 통일전망이 우리 사회를 뒤덮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의 체제경쟁이 기본적으로 뒤바뀔 수 없는 정치군사적 한계(즉 평화통일)가 전제된다면 남북한간의 교역방식이 간접교역 위주에서 직접교역으로 전환되고, 단순 임가공에서 설비제공 임가공으로 확대 개편되더라도 그 규모는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이나 일본등 다른 국가들에 너무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선에서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구상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남북한간의 경제관계 개선은 남북한 긴장에 따른 정치·사회·군사적 비용절감과 함께 서방세계기업들의 남한에 대한 투자활성화나 국제적 금융기관들의 자금제공 조건개선이라는 이득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다.

 이상의 기본시나리오 하에서 우리 기업들은 서두르지 말고 북한내부의 체제정비상황을 체크하면서 경제교류의 물리적·제도적 여건(예: 수입품목개발, 항로다양화, 결제제도개선, 약속철저이행)을 개선한 후 경제협력의 길로 나서는게 좋을 것이다. 핵투명성이 확보된 후 본격화될 경제협력도 초기에는 설비제공 임가공의 형태부터, 북한의 노동력과 관광자원·천연자원을 활용하는 사업부터 시작해서, 공업단지 개발이나 천연자원의 개발, 사회간접자본 형성에는 국제금융기관등과 함께 참여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단독으로 대규모 투자진출을 모색하는 순서를 밟는게 결국은 개인사업도 성공하고 국가단위에서도 평화공존을 확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남북한관계의 기본은 섣부른 통일이 아니라 평화공존이고, 상호신뢰회복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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