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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과 엔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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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과 엔고(사설)

입력
199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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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개최된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는 최근의 엔화강세와 관련된 국제외환시장의 환율안정문제가 주요의제로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미국은 엔화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선진국간의 정책협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 엔고를 인위적으로 억제할 의도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85년 달러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G5(선진5개국)의 정책협조를 이끌어 낸 뉴욕 플라자합의와는 대조적이다. 환율안정을 위한 선진국간의 시장개입 및 금리조정 등을 기대하던 일본도 엔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엔화의 대달러화환율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엔화가치 급등의 주요원인은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미일간의 무역수지 불균형이다. 일본의 대미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5백2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올해에도 흑자폭이 더욱 늘어왔다. 여기에다 미국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인플레가 우려되고 있다. 이것이 미국으로부터 투자자금의 이탈을 가져와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대신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등의 가치를 부추기고 있다.

 또한 일본의 대미무역흑자 감축을 위한 미일간 포괄협상을 조기타결할 목적으로 클린턴행정부가 엔고압력을 협상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일간 무역불균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엔고현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돌이켜 볼 때 지난 20여년동안 엔화환율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49년 달러당 3백60엔에서 출발한 엔화는 73년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을 계기로 3백엔선을, 그리고 78년엔 2백엔선을 각각 돌파했다. 85년 플라자합의 이후에는 1백엔대로 들어섰으며 최근에는 1백엔선도 깨뜨리고 두자리수 환율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엔고가 지속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일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의 높은 대일수입의존도 때문에 수입비용이 오르는 부담도 커진다. 엔고현상에 힘입어 대일수입의존을 낮추고 무역역조를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그동안 엔화는 장기적인 상승세를 지속해 왔으나 우리의 대일무역적자가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술개발 등을 통한 획기적인 대일역조 개선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여기서 좀더 주목해야 할 것은 장기적, 지속적인 엔화가치 상승이 궁극적으로 엔 「블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엔고로 일본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단기적 현상이며 엔「블록」을 형성하는데 드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과잉생산능력 및 투자가 대규모로 해외 특히 아시아지역으로 범람하는 것이 이것을 입증한다. 이같은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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