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6월 이란의 회교지도자 호메이니가 사망하자 당시 미국의 부시대통령의 성명은 지극히 간단했다. 『호메이니가 죽었으니 이제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맡아 줄것을 희망한다』는 한마디뿐이었다. 카터대통령시절 많은 미국인들을 인질로 잡는등 적대관계에 있던 호메이니의 죽음을 시원해하는 표정이 역연했다. ◆그때 미국의 대중매체들은 호메이니에 대한 적대감정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뉴욕 타임스지는 호메이니의 사망 사실을 보도하면서 그를 아예 「미국의 적」이라 표현하면서 호메이니 치하에서 『이란은 경제발전과 사회민주화로부터 후퇴, 서방세계를 적대시하는 길로 들어섰었다』고 썼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 파동과 관련, 이란과 단교상태였던 영국외무부는 『호메이니의 사망에 대해 우리는 전혀 할말이 없다』고 말했고 설혹 초청을 해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기만 했었다. ◆클린턴미국대통령이 아무리 전후세대로 「6·25한국전쟁」때 불과 5세밖에 안됐으며 반전운동에 참여했고 군복무를 기피했다손 치더라도 김일성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성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그래서 클린턴대통령의 역사의지 부재를 탓하게 되는 것이다. ◆하기야 3백만동족을 사상케 한 6·25전쟁으로 김의 만행을 체험한 우리의 동시대인들 중에서도 김의 죽음을 애석해하며 『그분의 죽음』 운운하는 판에 클린턴의 잘못을 탓해 무얼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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