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체제 순탄땐 급진전 가능성 북한 김일성주석의 사망으로 지난 8일 제네바에서 개시된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이 잠정중단됐으나 양측은 10일 접촉을 갖고 공식적으로 회담을 연기키로 합의했다.
북한대표단측은 이날에서야 평양으로부터 회담을 연기하라는 훈령과 장의위원에 포함된 강석주수석대표의 귀국지시를 받았다. 갈루치미수석대표는 이날 하오 북한대표부를 방문, 조의를 표하고 북한측의 연기요청에 동의했다.
갈루치대표는 『회담의 연기는 북한지도자의 사망으로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서 미국은 이에 실망하지 않는다』고 회담연기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갈루치대표의 말대로 북미회담은 일단 재개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주석의 사후 북한내부에 별다른 권력투쟁의 움직임이 표면화되지 않고있고 김정일에로의 권력세습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북미회담의 재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은 권력이양기에 내부안정을 구축할 시간을 벌고 서방으로부터 권력세습을 승인받기 위해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집착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이 조성한 유화적 분위기를 거꾸로 되돌려 한달전과 같은 긴장과 대치의 상황으로 몰고갈 정치적 이유가 일단은 없다고 판단된다. 북한이 현재 대미, 대남대화분위기를 훼손하지 않으려고 하는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정일은 또한 대외에 개방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서도 북미대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설사 북한에 강경군부가 득세한다 하더라도 북미회담은 효용성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단지 그 진전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은 있다. 핵문제는 북한이 정권유지적 차원에서 대내상황에 따라 신축성있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대외관계에 있어서도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외교적, 전략적 카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김정일의 권력장악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대미관계개선을 교환적 요소로 지니고 있는 핵문제는 의외로 빨리 진전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제네바=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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