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책임물을 상대 없어졌으니”/“아웅산·KAL기 유가족들 “허탈” 김일성북한주석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아웅산폭탄테러와 KAL기 폭파사건 유가족들은 착잡한 심경에 빠졌다. 6·25의 전범, 민족분단의 장본인인 그의 죽음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으나 책임을 물어야 할 상대가 없어져 다소 허탈한 생각도 든다.
83년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아웅산국립묘지폭탄테러사건으로 순직한 이범석전외무장관의 미망인 이정숙씨(58)는 『실향민에다 피해유가족의 한 사람으로 김일성에 대한 미움과 마음 아픈 사연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11년동안 1남4녀의 자녀를 키우며 가능한한 과거의 상처를 잊으려 애써왔다는 이씨는 『김일성이 정상회담을 통해 마지막으로 민족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 속죄하길 진심으로 기다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고인의 유고와 내외간에 오간 편지, 그동안 쓴 자신의 일기를 모아 이달말 「사랑과 아픔을 남기고 가셨습니다」란 제목의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장관과 함께 순직한 함병춘전대통령비서실장의 장남 함재봉연세대교수(37)는 『김주석의 죽음으로 「특별한 사람」이 되어 당시를 기억하는 것 자체가 싫다』며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모두에게 이 일로 아픔을 되새기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괴로워했다.
87년 북한공작원 김현희의 KAL858기 폭파사건으로 희생된 황명상씨(당시 47세)의 부인 김순예씨(54·유족회장)는 『지난 7년간의 진상규명노력이 헛된 일이 된것같아 착잡하고 괴로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자식이 없어 형님의 아들을 양자로 삼아 애지중지 키워오던 박수룡군(당시 21세·명지대)을 KAL기사건으로 잃어버린 박소진씨(66·전공무원)는 『6·25의 원흉이며 분단의 책임자로 민족의 최대 죄인이 죽은 사실은 기쁘지만 사건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죽어버려 다른 한편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씨는 『앞으로 정부는 꼭 유가족들의 가슴아픈 심정을 헤아려 그 원인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권혁범기자>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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