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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하되 시간갖고 접근”/북 “연기”요청 따른 정부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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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하되 시간갖고 접근”/북 “연기”요청 따른 정부입장

입력
199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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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만 굳혀주는 만남 무의미/「평양개최」 등 기존합의 재검토/주석직 누가맡느냐따라 다르게 대응 이영덕국무총리는 11일 국회에서『남북이 이미 합의한 정상회담의 원칙은 유효하다』면서『새로운 상황과 여건이 조성되면 양측은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북한주석 김일성의 사망후「7월 25일 평양정상회담」은 무산됐지만 남북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다만 북한의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단정적인 입장표명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상황을 좀 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정부가 이총리의 국회발언을 통해「남북정상회담 합의 유효」를 밝힌 것은 북한이 이날 통보해온「25일 평양정상회담 연기」에서 북측의 의도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 통보에서「연기」라는 표현을 썼을뿐 시일만 조정해 빠른 시일내에 하자는 것인지,아니면 무기연기하자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지는 않았다. 단정적 표현을 피함으로써 나중에 구체적 입장을 정할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통보내용을 통해 북한이 정상회담 의사가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후계체제 안정을 위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을 원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남북문제를 대화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후계체제가 조기에 안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북한이 핵문제해결등에 성의있는 자세를 보일 경우 지원하겠다는 뜻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는 내일이라도 당장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인 것은 아니다.

 북한의 후계체제가 김정일의 승계구도로 굳어 가고는 있지만 아직 절차를 거쳐 국가주석직을 승계한 것도 아니다. 김정일은 당총서기직만 승계하고 국가주석직은 원로급이 맡는 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새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별도의 검토과제다. 김정일이 국가주석이 된다해도 물론 마찬가지 검토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던 것은 사실 상대가 김일성주석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은 김주석과 얘기해 남북문제를 풀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며『김정일을 상대로 한 정상회담이 같은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성은「권능」이 있었지만 김정일은 정책결정에 그만큼 무게가 실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정상회담 합의는 유효하다』고 밝혔지만 조기에 서둘러 우리 입장을 옴쭉달싹 못하게 묶어둘 필요는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북한의 후계체제에만 도움이 되고 문제해결에는 아무 효과도 없는 정상회담을 정부가 무조건 조기에 단행할 것같지는 않다. 또한 다시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기존의「평양개최」합의가 유효한지,아니면 새로운 협상때 시일과 함께 장소도 다시 협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북미3단계 고위급회담이 재개되면 북한 후계체제의 핵문제에 대한 태도를 알게 되고 이것이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정부도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는 뜻은 분명하다. 다만 좀 더 사태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후계체제가 안정되려면 적어도 3∼4개월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은 열린다해도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는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평양에서 열린다면 특히나 북한의 정치 사회안정기간이 절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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