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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대남정책/「소극적 자세」 취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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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대남정책/「소극적 자세」 취할듯

입력
199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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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상 막후주도 “큰변화 없을것”/“난국타개” 조심스런 유화정책 전망 김정일체제하의 대남정책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같은 관측의 근거에 대해서도 의견은 대부분 일치돼 있다. 정권의 안정을 위해 당분간 김일성의 유업을 완수한다는 차원에서 과거노선을 답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 또 원래 김정일은 10년이상 북한의 대남정책을 주도해 왔다는 점등이 북한 대남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 82년부터 김정일은 대남·대외정책에 결정권자 위치에 오른 것으로 돼 있다. 귀순한 고영환북한연구소 연구위원등에 의하면 이 때부터 대외정책에 관한 주요보고서는 김일성의 주석궁과 김정일의 중앙당1호청사로 나뉘어 동시에 보고됐다.

 최근들어서는 정책결정의 비중이 주석궁보다는 김정일집무실 쪽으로 더 쏠렸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핵개발, 남북정상회담, 북·미고위급회담등 북한정책의 생산공장은 김정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일은 김일성주석이 한국전쟁발발의 책임자인 것처럼 80년대 이후 북한 대남정책의 공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이다. 한 북한전문가는 『김일성을 과대평가하고 김정일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우리측 대북인식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은 72년 7·4공동선언과 92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68년 푸에블로호 납치사건까지 모두 김정일의 공으로 돌리는 선전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쪽에 대한 문을 열어 젖혀 신격화된 과거 김일성업적에 대한 평가절하 작업이 일어날 경우 김정일도 공동운명체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

 반면 북한 핵문제는 이득보다 손해가 많아지는 손익분기점에 놓여 있으며 어느정도의 개방은 불가피한 시점에 놓여 있다. 김정일은 50년가까이 지속돼 온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한편 난국타개를 위해 대남관계개선을 비롯한 개방도 추구해야하는 모순의 틈바구니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체제의 대남정책은 화해와 협력을 위한 획기적인 전환보다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며 조심스러운 유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김정일은 연기된 남북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게 될 가능성은 높다. 김정일정권은 당분간 김일성체제의 연장선상에 놓일 것이고 선대에서 추진한 회담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명분상 이유에서 볼 때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그 정상회담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과 재량권은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후 당분간 대남정책에 관련해서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대미관계등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며 국제적 고립은 탈피하려 하겠지만 이 과정에 남한측을 소외시키고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려 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정책결정에는 주도적으로 관여해 왔지만 한 번도 외교관계의 전면에 나선 경험이 없다는 점은 초기 대남정책이 소극적일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내부체제가 불안해질 경우 대남정책이 어떻게 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 있다. 북한체제는 미국과 남한이라는 두 가지 적을 내세워 유지해왔고 이 적이 사라질 경우 구심점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간헐적으로 의도적인 긴장·경색국면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재진민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그러나 『김정일의 북한은 한국의 지원과 인정을 받기를 원할 것』이라면서 『냉전체제가 붕괴한 지금 북한의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 사상투쟁과 같은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 체제유지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남정책에 관한한 김정일의 선택은 많지 않다.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과거 49년의 정책을 답습해야 하지만 북한체제 자체는 변화의 전환기에 서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권교체기를 맞은 북한에 대해 우리측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의 수단은 당장 김정일체제를 지원할 것인가, 적대할 것인가의 문제를 비롯해 크게 늘어난 형국이다. 현재 만큼 우리측이 남북한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적은 없다는 점에서 김정일체제의 등장은 통일을 위한 도전이자 기회라고 할 수 있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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