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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출판가에 북관련 서적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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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출판가에 북관련 서적 “붐”

입력
199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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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이어 김일성사망따라 관심 더욱 증폭/「비밀집회…」「조선전쟁」 등 화제/「김현희비디오」도 한달반새 2만개 팔려 일본 출판가에 북한 관련 서적 붐이 일고 있다. 올들어 북한 핵의혹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북한관련 서적과 비디오가 쏟아져 나왔는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김일성주석이 갑자기 사망함에 따라 일본인의 북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삼성당 등 대형서점은 아예 매장 한쪽에 「북한코너」를 마련하고 독자들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서점에 비치된 북한관련서적과 비디오는 북한을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의 나라로 묘사하면서 주민들의 비참한 실상과 인권유린의 현장을 고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4월에 발매된 이래 7쇄를 거듭하며 7만부가 나간 「북조선 비밀집회의 밤」(크레스트사)은 북한관련서적으로는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이 책은 조총련계 3세인 이영화씨가 북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쓴 북한체험기이다. 유학이라고 하지만 정작 유학장소인 사회과학원경제연구소에는 출입이 금지된채 숙박하고 있는 호텔로 교수가 찾아와 강의를 하는 실로 「이상한」유학이었다는 것이 이씨의 증언이다. 이 책에는 동료유학생들과의 접촉을 엄격히 통제할 뿐 아니라 교수조차 도청을 의식, 공식적인 대화밖에는 못하는 북한사회의 숨막히는 생활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그는 북한내에서 자유와 민주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비밀집회를 통해 은밀히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구하자―북한의 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라는 비밀결사를 조직, 민주화운동을 벌였다는 흥미있는 내용도 밝히고 있다.

 5월25일부터 선보인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북한소개 비디오도 2만개나 팔리면서 북한붐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김정일찬미가, 인민군과 북한주민들의 대퍼레이드등 최근 방영된 14편의 북한TV장면을 모아 북한의 실정을 일본어로 담담하게 해설하는 내용이다.

 북한의 정치범강제수용소에서 탈출한 강철환·안혁씨가 수용소체험을 묘사한 「북조선탈출」(문예춘추사)도 상하 두권이 5만부 이상 팔린 「잘 나가는 책」이다. 귀국선을 타고 북한에 정착해 높은 지위를 누리며 잘 살던 재일동포일가가 돌연 수용소로 끌려가 처참한 고문을 당하고 기아와 싸우며 살아가는 모습과 수용소 안팎의 뇌물수수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충격을 주고 있다.

 군사평론가 마쓰이(송정 무)씨의 「수수께끼의 군사대국 북조선」(광인사)은 북한의 특수부대가 비밀땅굴을 통해 기습 남침,부산을 점령해 미군의 보급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다소 황당한 시나리오로 시작한다. 5월30일 발매된 이래 4만2천부가 나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일본의 우려를 반영한다.

 일본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다(적기)의 평양특파원을 지낸 하기와라(곡원 요)씨의 「조선전쟁―김일성과 맥아더의 음모」(문예춘추사)는 미국의 국립공문서보관소가 소장한 관련 자료를 근거로 한국전쟁의 성격과 과정을 꼼꼼하게 검증한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북한과의 가상전쟁을 그린 소설 「일본―조선전쟁」(덕간서점)은 전4권 합쳐 25만부, 한국의 소설가 정을병씨의 「북한붕괴」(문예춘추사)번역본도 상하 4만권이 팔린 소설이다.<도쿄=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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