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은 김일성 사망에 대해 「미국국민을 대신해서 북한주민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가 듣기에도 좀 거북스럽게 느껴졌던 그 애도성명은 미국내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로버트 돌미상원공화당 원내총무는 『김일성이 5만4천명의 미군생명을 앗아가고 10만명을 부상케 한 전쟁 책임자라는 것을 잊은 모양』이라고 쏘아붙였다. ◆돌의원과 비슷한 심정을 가진 한국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 성명이 나왔을 때부터 다소 의아스럽다는 표정들이었다.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쿠바의 카스트로가 죽었을 때에도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할까. ◆그런데 정작 궁금한 것은 우리 정부의 공식반응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아쉽다」고 한마디 하긴 했지만 그것은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된데 대한 소감이었지 김일성사망 자체에 대한 논평은 아니었다. 한반도의 북쪽 반을 50년 가까이 통치해 온 독재자요 6·25남침의 주범이 죽었는데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왜 할말이 없단 말인가. ◆우리는 오래전부터 전문가나 일반서민 할것없이 모두가 김일성만 죽으면 통일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왔었다. 막상 그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보니 할말을 잊어버렸단 말인가. 과거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재평가 작업까지 시도해 온 문민정부가 김일성사망에 즈음해 이렇다할 말한마디 없이 넘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노 코멘트」도 일종의 코멘트라는 말이 있긴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닌것 같다. 너무 늦으면 더 어색해진다. 역사적으로 평가할 것은 해야 하고 앞으로 주문할것은 서슴없이 제시해야 한다. 사안이 미묘하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성질의 문제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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