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체제유지 핵심수단 활용/연령별 김일성역 전담배우도 8일 사망한 북한의 김일성주석은 정치뿐만아니라 문화분야에서도 절대적인 존재였다. 북한의 영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부분의 영화가 김일성우상화에서 출발, 그를 찬양했고 김일성유일체제를 유지시키는 핵심수단으로 활용돼왔다. 70년대이후 북한영화를 관장해온 인물은 김정일이지만 영화의 핵심과제는 「김일성형상창조사업」에 집중돼왔다.
북한의 당기관지 노동신문이 91년 보도한 바에 의하면 북한은 지난 46년이래 김일성부자의 치적선전 기록영화를 3천여편이나 제작했다. 영화는 대중호소력과 선전기능이 강하다는 점때문에 인민들에게 김일성유일체제사상을 전파하는 메신저역할을 해온 것이다.
소련과 동구의 붕괴이후 북한도 개방화바람을 타고 극영화에 러브스토리나 홈드라마 역사물등을 도입했으나 궁극적으로는 모든 가치가 혁명과업의 완수에 귀결되게 함으로써 이념극의 한계를 벗지 못했다.
초기는 물론 최근까지도 북한영화는 김일성의 영웅적인 항일빨치산활동에 집중돼 철저히 선전용으로 활용됐다. 지난해 북한당국이 발표한 「92∼93년도 전국영화문학 현상모집요강」을 보면 영화문학의 주제로 김일성이 항일 혁명투쟁시기에 이룩한 혁명전통을 내용으로한 작품 수령과 당 대중이 일심단결해 불패의 위력과 우월성을 보여주는 작품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라는 당의 전투적 구호를 형상화한 작품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평양서 발간되는 영화전문지 「조선영화」는 지난해 논설을 통해 『창작가 예술인들이 수령의 위대성과 혁명역사를 체계적 전면적으로 더 잘 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영화예술인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20부작으로 기획돼 지난해 13부까지 제작된 북한영화 최고의 대작시리즈영화 「민족과 운명」도 남한출신의 친북인사들이 「조국의 품에 안기는 과정」에서 남한지도층의 부패를 그리고 있지만 주제는 결국 김일성부자체제의 우월성으로 집약되고 있다.
김일성역 전담배우가 지정돼 있다는 점도 북한영화의 한 특징이다. 전담배우는 김일성의 젊은 시절을 전담하는 청년배우와 중·노년시절을 전담하는 40∼50대배우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은 북한문예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데 배역에 따라 김일성의 젊은 시절 사진을 놓고 얼굴성형수술까지 받았다. 이는 「연기자는 인물의 성격과 정황에 맞게 자연스럽고 실감이 나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김정일의 교시에 따른 것이다. 이들의 선발은 김일성형상 창조사업을 전담하는 백두산창작단소속 영화감독들과 중앙당에서 파견된 심사위원들이 맡으며 김정일이 연기를 테스트한뒤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러한 점들은 김일성의 1인통치체제를 유지하는데 영화가 철저히 이용돼왔으며 큰몫을 해왔음을 새삼 확인시킨다.
북한의 영화산업은 이같은 체제의 필요에 따라 날로 규모가 커져 최근엔 연간 2백여편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으며 이중 예술영화(극영화)만도 30여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김경희기자>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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