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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4.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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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은 죽었다. 인간 신의 사망소식을 들은 평양시민들은 충격에 빠져 일종의 집단히스테리 현상을 보인다고 외신이 전한다. 처음 사망보도를 한 북한방송은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 총비서이시며 조선주석이신 위대한 수령」이라고 「김일성동지」를 호칭했다. 「위대한 수령」은 지난 반세기동안 계속 신격화되었다. 혁명과 사상의 천재가 되는가 하면 현실에 가장 밝은 지배자로 치켜 세웠다. 최고의 찬사, 최고의 호칭으로 우상화한 그를 북한주민이 영생불멸로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아 있는 신」은 결국 죽음만은 거부하지 못했다. 요즘 실향민과 이산가족들은 앉아서 널을 뛰는 느낌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면 이산가족의 생사와 안부라도 알까하여 「혹시나」에 가슴이 부풀었다가, 김일성사망에 기대가 덜컥 내려 앉았다. 실향민의 입장에선 김일성에게 어떤 호칭도 주고 싶지 않은 심경일 것이다. 「김일성치하」를 체험한 악몽 때문에 「김일성이 죽었어」하는 말 이외엔 달리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허구의 신화를 실향민들은 너무나 뼈저리게 경험했다. 어떤 실향민은 「시원섭섭하다」고 마음을 털어 놓았다. 정확히 무엇이 시원하고 어째서 섭섭한지 의문이긴 하지만 그 답답하고 울적한 심사는 읽을 수 있다. 적어도 실향민에겐 김일성의 그림자는 어둡고 가혹하다. 숙청과 유혈, 그리고 민족의 고난을 끌어들인 책임은 어떻게 면하겠는가. 북한의 지배철학인 주체사상은 아마 역사박물관으로 옮겨질 것이다. 김일성이란 이름도 과거에 묻히지만, 이산과 실향은 여전히 현실의 과제로 남아있다. 북한이 변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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