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볼수없는 현장 「보여주는」 “소리의 승부사” 김지연씨(27)는 「소리」를 실어보내는 사람이다. 미모의 김씨의 직업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채 오로지 「귀」를 상대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영상보다도 더 생생히 전달해줘야 하는 「라디오 리포터」다.
김씨는 소리를 담아오는 일이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한다. 김씨가 현재 맡고 있는 프로중에 「김지연의 중계차」라는 코너가 있는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쓸만한 소리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주말에 여행객이 붐빈다는 버스터미널에 갔는데 그 날따라 한산해 방송시간을 바로 앞두고 정말로 고생했던 적이 있다』고 말한다.
현장의 소리를 담는 일 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보이지 않는 소리로 현장을 청취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듯 환히 「그려주는」것이다. 김씨는 이를 위해 소설이나 시에 나오는 산뜻한 비유를 많이 찾아보고 활용한다. 언젠가 사고가 빈발하는 도로에 사고차량의 위치를 표시했던 흰 스프레이 자국이 수없이 많은 것을 국민학교 교실 칠판의 낙서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문화방송에서 라디오 리포터를 한지 4년째인 김씨는 청취자를 중학생 정도의 수준으로 가정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쉽고도 재미있는 표현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김씨는 『라디오의 매력은 한 순간의 소리, 한 마디의 말로 청취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있다』며 자신을 「소리의 승부사」라고 칭한다. 그런데 전파매체이기 때문에 방송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아 가끔 허망한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는 김씨는 자신이 만들었던 프로의 녹음테이프를 마치 분신처럼 집에다 차곡히 쌓아두고 있다.<글 윤순환기자·사진 박종우기자>글 윤순환기자·사진 박종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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